강동원의 '검은 사제들' 뉴욕·뉴저지 상륙
서울 한복판에서 악령과 싸우는 신부들 스토리 '신선'
공포감보다 구원 이야기에 집중, 한국 영화가에 돌풍
개봉 한 달 만에 500만 돌파…'한국적 오컬트' 가능성
올해 말 한국 영화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김윤석.강동원 주연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영어 제목: The Priests)'가 드디어 오늘(4일)부터 뉴욕.뉴저지에서 영화팬들의 관심 속에 개봉된다. 올해 말 한국 최고의 흥행영화가 뉴욕.뉴저지에 상륙한 것이다.
'검은 사제들'은 한국 영화에서는 희귀한 소재인 '엑소시즘(악령 퇴치)' 곧 가톨릭의 귀신을 쫓는 의식을 주제로 하고 있다. 흔치 않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뒤 예상 외로 인기를 끌면서 관객 500만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뜨거운 올 연말 막판 흥행몰이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히고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검은 사제들'은 추수감사절인 지난달 26일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LA와 댈러스 지역에서 개봉됐다. 이어 오늘부터 뉴욕시 맨해튼 한인타운 인근에 있는 AMC(312 W. 34스트리트) 극장 그리고 뉴저지주에서는 허드슨 강변에 있는 에지워터 멀티플렉스(339 리버로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된다.
지난달 5일 한국에서 개봉된 '검은 사제들'은 처음부터 화제 아닌 화제였다.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가톨릭의 퇴마 의식이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개봉 첫달에 역대 한국영화 11월 월간기준 최고 흥행작 기록을 세웠다. 불과 한 달 만에 관객수 500만 고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 사제들'의 스토리 전개는 다른 영화에 비해 단순하다. 영적으로 위기에 처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가톨릭 교단의 눈밖에 난 김 신부(김윤석)와 신학생 보조신부인 최 부제(강동원)가 함께 악령과 싸우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김 신부는 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소녀 영신(박소담)을 구하기 위해 퇴마 의식(악령을 내쫓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의례)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의견은 다른 신부들에게 묵살당한다. 결국 김 신부는 '비공식적'으로 퇴마를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최 부제의 도움을 받는다. 두 사람은 소녀의 몸에 똬리를 튼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 퇴마 의식을 시행한다.
영화 전체는 두 신부가 악령과 맞서 꿋꿋하게 펼치는 퇴마 의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후반의 40분 동안을 의식 장면에 할애하고 있는데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하이라이트가 무려 40분'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 그만큼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막판 퇴마 의식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는 얘기다.
또 '흥행 보증수표' 김윤석과 미소년 이미지의 '강동원 효과'와 더불어 영신 역할을 맡은 신인 여배우 박소담의 존재감도 화제다. 영화 중 악마에 육체를 점령 당한 영신의 괴기스러운 모습을 연기한 박소담을 '괴물 신인의 탄생'이라 부를 만하다.
'검은 사제들'은 단편영화에서 출발한 영화다.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12번째 보조사제'(26분)가 이 영화의 뿌리다.
그러나 '검은 사제들'이 정작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되기까지에는 흥행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샀다. 신인 감독인 장재현 감독이 연출을 맡은 데다 악령을 쫓는 엑소시즘이 과연 여름철도 아닌 가을과 겨울철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사실 스릴러와 멜로가 만연한 한국영화 풍토에서 오컬트(신비.초자연) 장르는 입지가 좁다. 단적인 예로 지난 8월에 개봉한 '퇴마 : 무녀굴'(8월 20일 개봉 김휘 감독)은 관객 동원 12만 명에 그치며 초라하게 퇴장했다.
그러나 '검은 사제들'은 예상을 뒤업고 관객들에게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한 달여 만에 5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한국적 오컬트'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영화평론가들은 이러한 배경에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무게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김윤석 분과 강동원이 악마라는 존재와 싸우는 묵직한 연기가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강한 흡인력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영화가 흥행몰이에 나서면서 처음에 봇물처럼 나왔던 우려는 사라지고 찬사로 바뀌고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공포감 조성에 매몰되는 오컬트가 간혹 있는데 이 영화에서 공포는 소품에 불과하다. 구원의 서사를 집중적으로 펼쳐낸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또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리얼리티를 구현했다는 점이 남달랐다"며 "이는 소재를 완벽하게 장악한 감독의 균형감 잡힌 스토리텔링 덕분"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연출부에서 활동했던 장재현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장편 연출에 성공했다. 장재현 감독은 김윤석이 영화 중에서 퇴마 의식을 진행하는 장면을 한 달 동안 광주의 세트장에서 끈질기게 촬영하는 등 전문가로서 혼신의 모습을 보여 향후 최고 수준의 영화감독으로 대성할 것이라는 호평도 나오고 있다. www.cj-entertainment.com
박종원.지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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