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에게도 무관심한데, 선교사 자녀를 누가 신경쓰나요”
미주에 MK만 400~500명
한인교계의 사각지대 놓여
선교사 자녀끼리 서로 도와
한인교계 선교 역사 오래되며
선교사 은퇴 및 자녀 문제 대두
최근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미주 지역 선교사 자녀들의 모임인 ‘엠카이노스(mKainos)’가 보낸 후원 요청 편지였습니다.
선교사 자녀들은 교계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부류입니다.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중 문득 독자들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그들의 현실을 취재를 통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들은 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까요. 한국선교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한인 선교사 자녀 수는 1만7432명(175개국)입니다. 미주에는 400~500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오늘날 교계에서 ‘MK(Missionary Kids)’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그들을 취재해봤습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선교사의 고민은 '자녀'
"선교사에 대한 관심도 부족한데, 그들의 자녀를 누가 신경 쓰겠습니까?".
미주지역 선교단체 손미니스트리 김정한 대표(선교사)의 한숨 섞인 말이다.
김정한 대표는 "선교를 지원할 때는 선교사뿐 아니라 자녀를 포함한 가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도와줄 수 있어야 하는데 미국 교계와 달리 한인 교계에서는 그러한 인식도 부족하고 지원 시스템도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선교사들의 현실적 고민을 들어보면 사역에 대한 고충도 있지만, 부모로서 자녀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을 너무나 안타까워한다"고 말했다.
선교사 자녀 김모씨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선교지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봤기 때문에 내가 힘든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평도 할 수가 없었다"며 "그동안 '선교'만 강조하다 보니 교회들은 보내기에만 급급했고, 파송 뒤 혹은 선교지로부터 돌아온 '선교사'와 그 가족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인교회에서 선교부를 담당하는 유재민(49)씨는 "선교지에서는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고, 국제학교가 있어도 학비가 너무 비싸다"며 "특히 이슬람이나 공산권 국가에서는 선교사 자녀가 가치관 형성 및 정체성 확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선교사에게 자녀 교육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선교연구원(원장 문상철)은 '한국 선교사 멤버케어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선교연구원이 '선교사가 겪는 재정적 어려움의 주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녀 학비(36.4%)'가 제일 많았다.
'학비 적자를 위한 대책'도 물었다. 선교사들은 주로 '장학금(30.6%)'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어 홈스쿨링(10.6%), 학자금 대출(6.5%) 순이다.
각 지역 한인 선교사 170명을 선정, 심층 인터뷰를 통해 '선교지에서 경험한 가장 큰 위기'에 대해서도 물었다.
선교사들은 '현지 동역자와의 갈등(53명ㆍ중복응답 가능)' 다음으로 '자녀와의 관계 및 교육에 대한 부분(42명)'을 꼽았다. 그만큼 선교사가 겪는 자녀 문제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 원장은 "홈스쿨링을 하는 동기가 선교사들의 재정적인 이유라는 것도 중요한 사실"이라며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선교사들이 장학금으로 자녀 학비를 모두 마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기적 대안 고민할 시점
미주 한인교계에는 선교사 자녀 모임 또는 후원 단체가 거의 없다. 남가주 지역 '엠카이노스'와 동부를 중심으로 한 'MK미니스트리' 정도가 전부라는 게 선교 단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선교 단체 한 관계자는 "원래는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나 지역교회가 관심을 갖고 선교사 자녀를 지속적으로 돌봐야 하는데 현실상 재정적으로나, 인력적으로 MK 사역을 따로 펼칠 수 있는 한인 교회는 거의 없다"고 했다.
선교사 자녀에 대한 관리나 지원 시스템이 없다 보니 소수의 'MK 사역'은 지역 교회와 별개로 자립적 형태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즉, 선교사 자녀끼리 서로 돕고 있는 셈이다.
현재 '엠카이노스'의 경우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들이 후배 MK들을 영적, 정신적,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방식이다. 엠카이노스 신상원 강도사(디사이플교회)는 "나도 한 때 후배들의 위치에 있었고 때로는 외롭고 힘겨운 현실과 싸우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선배들로부터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며 "이제는 받은 사랑만큼 후배 'MK'들을 돕길 원한다"고 전했다.
선교계에서는 앞으로 MK문제가 기독교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기홍 목사(은혜한인교회)는 "한인교계도 선교 역사가 오래되면서 이제는 자연스레 선교사 은퇴 문제와 선교사 자녀 이슈 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우리 교회도 선교사 자녀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1년에 한번 작은 격려행사도 하지만 워낙 도움이 필요한 MK들이 많아서 보다 장기적인 대안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기홍 목사는 내년 6월 남가주 지역에서 열리는 '제8차 한인세계선교대회'의 대표의장을 맡고 있다. 한 목사는 "한인세계선교대회에서 선교사 자녀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대안 마련을 위한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선교계에서는 "MK가 준비된 기독교 인재"라며 "이들을 잘 세우면 글로벌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한다.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 원장은 "다문화를 경험한 선교사 자녀를 돌본다는 것은 앞으로 타문화권과 다음 세대 선교를 위한 중요한 사역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멀리 보고 충실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인교계의 도움 필요합니다”
올해 장학금 모금 1만2000달러 목표
남가주 지역 선교사 자녀들의 모임인 ‘엠카이노스’는 창설된 지 올해로 9년째다.
엠카이노스는 ‘선교사 자녀’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정기 기도모임과 친목모임을 갖고 있다.
특히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선교사 자녀를 위한 수련회를 개최한다. 매년 미 전역에서 100여 명 이상의 선교사 자녀들이 수련회를 위해 모인다.
이번 수련회는 12월28~31일까지 말리부 지역 힐탑 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선교사 자녀라면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엠카이노스는 지난 2013년부터 선교사 자녀를 위한 재정 후원 단체인 ‘엠코밋(mKommit)’을 만들어 선교사 자녀를 위한 장학금을 모으고 있다. 모인 장학금은 매년 수련회에 참석한 선교사 자녀들에게 지급된다.
장학금은 ▶학교 생활을 하며 얻게 되는 은혜를 비디오 영상으로 제작하거나 ▶선교지에 있는 부모에게 쓴 편지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지급된다.
이를 위해 엠카이노스는 한인교계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올해 장학금 모금 목표는 1만2000달러다.
엠카이노스 신상원 강도사는 “작은 나눔이라도 선교사 자녀가 위로와 격려를 받고 앞으로 더욱 귀하게 쓰임 받는데 쓰이게 될 것”이라며 “힘든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또 다른 선교사 자녀들이 잘 커나갈 수 있도록 교계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엠코밋은 비영리선교단체인 GP선교회와 협력하며 온라인(www.youcaring.com/2015mkommit)을 통해 후원을 받고 있다. 또는 체크에 ‘Global Partners’라고 적은 뒤 우편(P.O Box 75459, LA,. CA 90075)으로 후원금을 보내면 된다.
▶도움문의:(714) 868-6641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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