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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에서 직장 구하기

변준희 회계사

미국에 온 뒤로 아는 사람 추천으로 방송국 일을 하게 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직장을 얻기 위해 겪는 어려움을 나는 못느껴 봤다. 그런데 내가 맡았던 일이 올해 초로 거의 마무리가 되면서 새로이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새로운 환경인 미국에서 직장을 구한다는 것이 처음엔 너무나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한국에서 마케팅 경력이 7년인데 수많은 회사들 중 어디 나 하나 들어갈 자리 없을까'하는 오기가 생기면서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먼저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은 회사들로 이력서를 보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2주를 보냈는데 좀 수상한 텔레마케팅 같은 회사들을 제외하곤 거의 연락이 안왔다. 역시 미국에서 외국인이 마케팅같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많이 요구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까? 좌절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한편으론 인터뷰 기회 자체도 안생긴다는 것은 아무래도 한국 이력서를 영어로 번역한 수준인 나의 레쥬메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관련 서적들을 읽어보았더니 '역시나!' 내가 미국 회사들이 직원을 뽑는 기준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미국 회사들은 철저히 경험 위주 즉 이 사람이 정확히 어떤 경력과 기술로 자기 회사에 들어와서 공헌할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이 학벌 등은 이곳에서 적어도 내 경우에는 거의 중요하지 않다. 나이는 아예 이력서에 안 적게 되어있고 학벌이야 한국에서 학교를 나왔으므로 이 친구들이 어차피 모른다.

면접을 하면서 미국 회사들이 직원을 뽑을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기업 윤리며 철학은 어떤 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영어에 대한 압박감때문에 면접을 하면서도 자꾸 주눅이 들고 그러다보니 영어도 더 안되는 것 같았다.

최대한 자신감 있게 내가 그들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고자 노력했다. 면접도 일종의 인간관계라고 3명의 매니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왠지 그 전보다 강한 상호작용의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디렉터와 한번의 면접을 더 하고 그 회사로부터 이번주에 정식으로 잡 오퍼를 받았다.

처음엔 믿어지지가 않았다. 솔직히 한국이었으면 이 나이에 그것도 같은 마케팅이기는 하지만 업종을 바꿔서 이직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의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마흔이 넘으면 요즘엔 은퇴하는 분위기란다. 아무튼 인종과 나이 학벌을 다 떠나서 순수하게 나의 경험과 태도만을 보고 뽑아준 그 매니저들이 너무나 고마우면서 앞으로 정말 열심히 일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지만 일단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만 보면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나이 학벌 토플 점수 군필 여부 등을 따지는 한국의 회사들에 비해 철저히 업무와 태도 중심으로 인사를 하는 미국 회사들이 프로페셔널해 보인다.

덕분에 나는 한국에 있었으면 조로하여 슬슬 은퇴 이후를 고민했을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새로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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