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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 소설 ‘소피의 선택’

‘소피의 선택’은 미국의 저명 작가 윌리엄 스타이론(William Styron, 1925-2006)이 1979년에 발표한 6번째의 소설인데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뛰어난 소설로 평가되며 출간되자마자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배경은 이차대전이 끝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1947년, 뉴욕이다. 스팅고는 22세로 남부 출신의 순진한 청년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뉴욕으로 온다. 저자를 대표하는 내레이터인데 돈을 아끼기 위해 브루클린에 위치한 ‘핑크 팰리스’란 싸구려 하숙방을 구해 정착한다. 그의 아파트 이층에는 소피와 네이선이란 젊은 남녀가 동거하고 있다. 소피는 미모의 폴란드 여자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나 전쟁이 끝날 무렵 미국에 왔다. 그녀의 애인 네이선은 지적이고 매력적인 남자로 하버드를 졸업한 세포 생물학자다.
스팅고가 이사한 첫날, 그들이 이층에서 천정이 흔들릴 정도로 요란하게 성교를 하는 통에 알게 되었다. 그들은 성교 시에도 싸움하듯 온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는데 스팅고가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랬다. 네이선은 준수한 청년이었으나 알고 보니 정신분열증 환자여서 가끔씩 그녀를 의심했고 특히 그녀가 겪은 홀로코스트의 경험에 집착해 있었다. “나는 네가 죽을 만큼 필요해. 크라코우로 돌아가 버려.” 그가 사라지자 소피는 그의 행동을 사과하고 스팅고에게 포도주를 권한다. 스팅고는 이 신비한 미모의 여인에게 끌려들어간다.
그녀는 현재와 과거에서 사는 것 같다. 대화가 계속되면서 그녀의 실체가 드러난다. 이차 대전 시 대독 항쟁 폴란드 지하 조직을 도우지 않은 일, 죽어가는 어머니를 위해 고기를 시내에 밀입 하려다가 잡혀 자신이 아우슈비츠에 감금된 일 등.

스팅고는 그때까지 잘 몰랐던 홀로코스트에 관심을 갖는다. 특히 그녀가 아우슈비츠 소장의 비서로 일할 때 그를 유혹했던 경험도 알게 된다. 수용소에 있던 푸른 눈동자에 금발머리며 독일어에 유창한 아들을 빼돌려 독일 소년으로 키우는 프로그램에 참가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시도는 실패했고 수용소로 돌아온 그녀는 영양부족으로 거의 죽을 지경에 있다가 해방되었는데 그 후 아들 소식은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그는 우연히 소피의 얼굴이 무섭게 함몰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수용소에서 치아를 전부 잃은 것이었다.

소피와 스팅고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네이선의 행동은 더욱 거칠어지고 포악해진다. 소피에게 ‘폴락(폴란드 사람들을 낮추어 부르는 속어) 창녀’라 외친다. 소피에 의하면 네이선은 과거에 소피와 함께 자살하자는 계약을 제언하기도 했다. 네이선의 질투가 도를 넘고 위기를 느끼자 소피와 스팅고는 그의 아버지가 있는 버지니아 농장으로 애정도피를 한다. 그 과정에서 스팅고는 소피의 깊이 숨긴 비밀을 알게 된다. 아우슈비츠에 도착한 그녀는 잔인한 의사에 의해 7살 된 딸과 10살 된 아들 사이에서 한 명만 취하라고 명령한다. 생각할 시간도 없어 아들을 택한다. 딸을 수용소 뒤에 남겨놓았다는 끔찍한 죄책감에서 일생 벗어나지 못한다.

스팅고는 결혼을 제안하면서 ‘정상 생활’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들은 아주 격정적인 성교를 한다. 다음 날 소피는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녀를 뒤쫓아 뉴욕으로 돌아온 스팅고는 소피와 네이선이 소피의 집에서 독약을 먹고 자살한 사실을 발견한다. 참담한 비참함에도 불구하고 스팅고는 삶의 길을 택한다.

소피의 선택은 ‘정상 생활’과 ‘고통스러운 생활’ 사이의 선택이며 스팅고와 네이선이란 남자 사이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깊숙이 감추어진 것은 두 아이들 중 한 명을 고르는 누구에게도 참담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그녀의 인생은 그 후 목적이 없어 부평초 같이 남들을 따르는 생활이었다. 정신병자와 같은 병적 인간과 사귀면서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며 안정된 생활을 덥석 취하지 못한다. 인생이 무의미하고 죽음을 늘 생각한다.

그녀의 경우는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에 해당한다.

이 소설은 1982년 영화로 만들어져 명화가 되었으며 메릴 스트립이 소피의 역할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정유석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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