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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최일단 중국의 한류는?

중국의 한류는?



최일단(조형작가.맨해튼)



1986년 북경의 중앙미술학원 기숙사는 8층에 외국 여자 유학생 9층은 남자 유학생 숙소로 분리되어 있었다. TV 수상기가 있던 내 윗방의 학생은 바닥을 쳐서 한국 뉴스를 보러 오라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최루탄 연기 속에서 휘두르는 곤봉 개처럼 들려 잡혀가는 학생 등… 4.19로부터 끈질기게도 이어지는 대물림 데모 장면들…. 두어 달 후 학교의 당원인 출입감독요원의 부당한 행위에 항의하는 교내 데모가 전교생 규모로 벌어졌고 학교 측은 그를 곧 징계했다. 곧 이어진 겨울에는 상해 학생 데모 전야에 군인을 동원 천안문 광장에 물을 뿌려 얼음판을 만들고 카메라를 장착한 장갑차를 배치하여 진압했다. 개방 10년의 격동기였다. 흉 보면서 배운다고 한국 학생 데모를 많이도 보여주더니…. 한류는 그때 이미 시작됐다고 하면 망언이 될까?

이러한 때에 조선 청년 최건(츄이지엔)의 거친 음색의 록 뮤직은 북경의 젊은이들을 뒤흔들었다. 콘서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서서 율동하며 함께 노래하는 젊은이들 속에 섞였을 때 나도 격해지는 경험이 있었다. 선동적인 폭발력을 가진 그를 반체제 인사로 생각하고 규제를 가하기도 하였다.

그의 아버니 최웅제씨는 색소폰 연주가이며 북경 조선족의 대표적 지도자다. 국가나 개인의 역사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 '대장금'을 앞장 세운 한류가 하루아침에 중국에 안착했다고 보는가? 깜짝쇼는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북경의 한인촌에서 조기 유학생과 사업가 주재원들을 상대하는 한국중개소(복덕방) 식당 병원 등의 한글 간판들이 버젓한 것을 보며 대만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공동에서 식당을 하다가 한국의 '교활한'(그의 표현) 정책에 의해 쫓겨나서 이 짓(운전)을 해서 먹고 산다고 했던 그였다.

북경 한인촌 근처 고급 아파트 80% 정도의 주인은 한국인이라고 한다. 지금 북경은 어디를 보아도 초대형 크레인이 그것도 몇 대씩 움직이고 있다. 따샨지(大山子) 지역에 있는 798 예술구에서 큰 전시회가 연례행사로 열렸는데 세계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행사이다.

이 지역에 있던 군수품 공장 번호가 798이었고 5m는 되는 높은 건물의 천장은 평면이 아닌 톱의 날처럼 지었다. 그 톱날의 한쪽 면을 비스듬히 꺾어 거대한 유리벽으로 덮어서 전기를 사용치 않고 종일 햇빛을 이용하는 에너지 절약 빌딩이다.

이 지역 개발계획으로 철거하려는 때 독일에서 사려고 하였으니 1950년대에 동독 건축가가 설계한 이런 건물이 독일에는 남아 있지 않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798을 보존하려는 의도였다. 이 예술구에 있는 크고 작은 화랑 중에 일본 제일의 동경화랑이 있다. 조용하고 외진 위치에 있으며 일부러 찾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는다. 입구에 반만 보이게 묻은 멧돌 한쪽과 두 손바닥 넓이의 간판에는 작고 특징 없는 글씨로 BTAP(Beijing Tokyo Art Project)라고 썼다. 녹회색 바탕에 흰 페인트로 씌여 있어서 차분해 보이는데 속이 걸린 그림은 세계 톱 클래스였다.

한편 중심지역에 몇 개의 화랑을 차지한 야심적인 한국의 아리리오 화랑은 입구문의 프레임을 빨갛게 칠해서 눈에 확 띄인다. 서울의 표화랑도 진출했는데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비너스상을 실물 크기로 만들고 전체를 역시 빨갛게 칠해서 화랑 앞 노천에 세웠다. 한국 화랑들이 신진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비싸게 사기 때문에 정작 중국 화랑에서는 취급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다고 한다.

조용하게 고개를 낮춘 일본의 침투력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무서운가를 중국에 있을 때 분명히 경험한 나는 바야흐로 문화의 각축장이된 따샨지 798에 서서 우리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근본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요 임금의 계명을 상기해 본다. 사람이 산에는 걸려서 넘어지는 법이 없어도 발밑의 조그마한 개미둑에는 걸려 넘어질 수 있다고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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