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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24시] 두껍아 헌집줄께 새집다오

김석하 사회부 차장

#1. 모래속에 한 손을 넣고 그 위에 모래를 덮는다. 모래를 덮고 잘 두드리면서 노래를 부른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게 새집다오~." 노래가 끝나면 손을 살며시 뺀다. 손을 뺀후 집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아이들의 이 흙장난 놀이가 지금까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놀이를 이끌어가는 동요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뇌리에 박혀있을 정도다.

왜 하필 두꺼비인가. 그것도 헌집을 줄테니 새집을 달란다. 만만해서인가 아니면 돈이 많아서인가.

한인사회 수준에 안맞는 '헌집'

#2. LA한인회가 들어서 있는 한인회관이 개축공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주차장 공사를 마무리 짓고 내부공사를 시작하려는 참이다. 30여년 만이다.

사실 현재 한인회관의 내.외부 모습은 창피할 정도다. 구질구질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구부터 이 건물이 무슨 건물인지 알기 어렵다. 낡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올라가면 한인회가 있다. 한인사회 거의 전부가 발전적으로 바뀌었는데도 그 곳만은 30년전 모습 그대로다.

한인회관은 어쨌든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건물이다. 주류 정치인부터 한국 국회의원까지 굵직굵직한 정재계 인사들이 LA한인사회를 방문할 경우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아니 한인사회 수준이 겨우 이 정도란 말인가'.

#3. '두꺼비 집' 놀이의 유래에 대해 몇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옴두꺼비의 자식사랑' 이야기다. 독을 가진 옴두꺼비는 알을 품으면 평상시 무서워서 피해다니던 독사를 찾아가 독을 뿜어내며 있는 힘을 다해 싸운다고 한다.

결국은 독사에게 잡아 먹히지만 그 사이 남겨둔 독을 독사 뱃속에서 쏘아 독사도 죽게 한다고 한다. 뱃속의 알들은 엄마 옴두꺼비와 독사를 먹이로 하여 건강한 새끼 옴두꺼비로 태어난다고 한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게 새집다오"에서 헌집은 바로 자식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는 어미를 말하고 새집은 자식을 뜻한다.

#4. 현재 한인회관의 운영 및 관리는 전적으로 한미동포재단이 맡고 있다. 한인회는 그저 무상으로 입주해 있는 일개 단체로 건물 이름과 안맞게 정작 실권은 없는 기이한 형태다.

한인회관 개축공사를 주관하는 한미동포재단의 명분은 간단하다. 낡은 헌집을 새집으로 바꿔 발전된 현 한인사회 수준에 맞는 모습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금이다. 재단 나름대로 열심히 기금을 모으고는 있지만 역부족 상태다.

애초 명확한 현실적 계획없이 '일단 짓고보자'로 시작한 것이 발단이다. 11월 완공을 목표로 쫓기다 보니 무리수까지 나왔다. 한인회관의 본체인 '가난한 한인회'에 10만 달러를 내놓으라고 강요 양측이 한바탕 설전을 벌이는 등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는 절대 새집을 지을 수 없다.

#…. 한지붕 두가족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한다. 한 손(동포재단)은 모래 깊숙히 손을 집어넣어 새집의 틀을 만들고 다른 손(한인회)은 그 위에 정성껏 모래를 덮어야 한다.

양측 이사들은 '한인사회의 새집을 위해 독을 품고 독사의 입으로 들어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인사회 곳곳을 누벼라. 두꺼비의 마음을 가진 독지가를 찾아라. 말로만 떠들면서 딴지만 거는 이사들은 '헌집'일 뿐이다.

동포재단과 한인회 임원 중에는 유독 '집'으로 막대한 부를 이룬 인사들이 많다. 그 노하우면 한인회관을 리모델링하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다.

과연 누가 새집을 지을 '두꺼비'가 될 것인가.

그 두꺼비의 이름은 한인들 입에서 입으로 반세기는 기억되고 불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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