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30년전 입양된 한센병환자 자녀 8명 다시 만

나. 이들 중 두자매 인터뷰.



"편견과 차별 없어졌으면…" (어깨)



30년전 한센병 지닌 부모와 헤어져

뉴욕에 입양된 8명 한자리에 모인다



"우리와 부모를 갈라놓았던 한국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30년전 '문둥병' 또는 '나병'이라 불렸던 한센병을 지닌 부모와 헤어져 뉴욕주로 입양된 8명의 한인이 오는 10월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의 모임은 2001년 롱아일랜드에 사는 앨리 마케즈(35)씨와 여동생 제시카(33)씨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6명이 한자리에 모였고 소식이 끊어졌던 2명도 연락이 닿았다.

앨리 제시카 자매는 '한센병은 유전된다'는 편견을 비웃듯 건강한 여성으로 성장했다. 자신들의 아픔이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한인사회에 알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30년 동안 가슴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어렵사리 풀어냈다.

이들은 1976년 10월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센병 환자촌인 '성 나자로 마을'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다. 입양아에 대한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일반적 입양과는 달리 이들은 부모가 한센병 환자라는 사실 때문에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화제가 됐다.

한미 양국이 입양절차를 놓고 4년에 걸쳐 논의했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김포공항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떠나는 8명의 사진이 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등에서 다뤘을 정도다.

당시 5살과 3살이었던 앨리와 제시카 자매는 다행히 뉴욕주 경찰 가정에 함께 입양됐다. 입양된 후에도 자매가 서로 의지를 많이 할 수 있었고 양부모가 워낙 정이 많아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이들 자매는 입양후 10여년이 지난 후 한국 부모와 재회를 했다. 생부모와 연락할 수 있다는 특수한 입양조건 때문에 그동안 서로 편지와 테이프 카드 등을 주고 받긴 했지만 직접 다시 만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앨리 마케즈씨는 "내가 21살 동생 제시카가 19살때 다시 한국 부모를 만났다"며 "한국 집에 가보니 우리들이 그동안 썼던 편지와 카드 등이 한쪽 벽을 다 메우고 있었다. 몸이 아픈 우리 부모에게 즐거움은 미국에서 전해오는 소식을 듣는 것 뿐이었다. 우리를 위해 희생을 한 부모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동생 제시카씨는 "8명 가운데 가장 어렸기 때문에 행운이었어요. 좀더 나이가 많았더라면 어떻게 적응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며 말했다.

앨리씨는 로펌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고 제시카씨는 맨해튼 컬럼비아병원 오피스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모두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의 가슴에는 한국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대한 섭섭함이 남아 있다. 입양된 8명 가운데 6명은 한인 언론에 자신의 이야기가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 8명 모두 자신들의 한국 이름도 밝히질 않았다. 자신들로 인해 한국에 살고 있는 부모에게 또다른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앨리 자매와 함께 12살 나이로 입양된 이모(42)씨도 부모와의 아픈 이별에 대한 응어리가 남아 있다. 뉴욕 공립학교 교사로 일하고 이씨는 최근 뉴욕중앙일보에 편지를 보내왔다.

"남들과 다른 모습이었지만 너무나 자상했던 아버지가 많이 그리웠습니다. 과학적 근거 없이 한센병을 천벌로 취급했던 한국 사회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생이별을 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입양으로 인해 저는 차별없는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의 아픔을 끝으로 한국 사회가 아프고 불행한 사람에게 좀더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최선영 기자

[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