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도전과 성취감이 사업 원동력"
[인물 오디세이] 옌 레스토랑그룹 전애린 대표
'캘리포니아 롤&스시' 창업
주류입맛 사로잡아 인기 상승
10년 새 지점 9곳으로 확장
2012년 '카페 콘체르토' 오픈
유명 쇼핑몰 오퍼로 2호점 내
직원들 누구나 요리수련 통해
셰프 승진 기회·창업 도움 줘
장사꾼 맞나 싶다.
맨손으로 시작, 네 곳의 일식당과 두 곳의 카페까지 운영한다니 천상 여장부일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이야기를 나눌수록 마냥 소녀다. 결코 짧지 않은 26년 세월, 그 험난한 굽이굽이 어찌 이곳까지 왔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러나 우연한 성공이 어디 있겠는가. 외유내강. 딱 그녀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 유연함 뒤편 웬만한 상남자도 따라오지 못할 두둑한 배짱과 강단이, 타고난 사업 감각과 수완이 고스란히 읽혀졌다. 옌 레스토랑그룹 전애린(58) 대표를 햇살 좋은 오후, 그녀가 운영하는 LA한인타운 카페 콘체르토에서 만나봤다.
#열차우동은 꿈을 싣고
천생 장사꾼이다. 열아홉에 가족이민으로 간 브라질에서 그 해에 자기 옷가게를 냈다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지 싶다. 비즈니스로 꽤 돈도 벌었지만 결혼 후 도미, 1988년 LA로 왔다. 1990년 여름 돌도 안 된 딸아이 들쳐 업고 일식 셰프였던 남편과 가든그로브 가주마켓에서 작은 스시집을 차렸다. 그러나 장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 그녀가 고심 끝 개발한 새 메뉴가 바로 우동.
"워낙 어려서부터 우동을 좋아했어요. 당시만 해도 한국식 우동을 잘 찾아 볼 수 없었던 때였는데 어려서 엄마 손잡고 동대문 시장에서 먹었던 우동 맛을 재현해 보자 생각했던 거죠."
리틀도쿄를 뒤져 재료를 공수하고 적잖은 시행착오 끝 선보인 우동은 얼마 안가 대박을 쳤다. 그 맛에 반한 고객들이 그녀의 우동이 딱 한국 기차역에서 먹던 그 맛이라 하여 붙여준 이름이 바로 '열차우동'이다. 그렇게 열차우동은 입소문으로 하루 평균 200~300그릇씩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 여파를 몰아 2년 뒤엔 베벌리 가주마켓에 2호점을 오픈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던가. 잘 나가던 비즈니스에 제동이 걸렸다. 마켓 업주와 리스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이 생겨 우여곡절 끝 결국 가게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고 나니 LA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단다. 그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1994년 서울에 간 그녀는 강남 한복판에 고급 우동 전문점을 차렸다. 장사는 잘 됐지만 이 역시도 그녀의 몫이 아니었던지 건물주와 계약상의 문제로 가게를 포기하고 1년도 채 못돼 LA로 돌아와야 했다. 1년을 비웠지만 LA바닥에 이미 그녀의 실력은 정평이 나있던 터. 1995년 LA한남체인, 연 이어 토런스 한남체인에까지 열차우동을 오픈하면서 성공적인 컴백을 했다.
#천생여자의 무한도전
그렇게 사업이 안정을 찾아가던 1996년 여름, 그녀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장을 낸다.
"그 무렵 윌셔 길 서쪽 끝엔 뭐가 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드라이브에 나섰죠. 그러다 웨스트우드에 리스 사인 간판이 붙은 점포를 보고 맘에 들어 전화를 해 얼마안가 바로 20년 리스 계약을 했죠."
듣는 순간 어리둥절하다. 미리 사업을 계획한 것도 아니고 타겟 고객이나 지역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니고 게다가 한인들을 상대로만 장사하던 이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마냥 주류사회 진출이라니 너무 즉흥적이다 못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맞아요. 그런데 워낙 타고난 성격이 도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되겠다 싶은 사업은 그냥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지나치겠어요? 돈이 흘러가는 길이 보인다고나 할까요. 20년 리스는 이전에 리스문제로 골치가 아팠으니 그냥 바로 장기 리스를 해버렸죠.(웃음)"
그렇게 한인들에게도 친숙한 '캘리포니아 롤&스시' 1호점이 탄생했다. 처음 얼마간은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번창하기 시작했다. 그 뒤 그녀는 로스펠리스에 2호점을 열었고 뒤를 이어 라치몬트, 스튜디오시티, 롱비치까지 파죽지세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렇게 가게를 확장하다 보니 2010년엔 컬버시티, 노스할리우드, 센추리시티 등 유행을 선도하는 핫 플레이스에 진출해 LA카운티 내 총 9곳의 매장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비즈니스는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2001년 그녀의 개인사엔 이혼이라는 생채기가 났다. 쉽지 않았을 그 시간 동안 그녀는 일에만 더 매달렸고 그래서였는지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혼의 후유증은 컸다. 그 무렵 한인들에게도 유명세를 탔던 식당명인 '캘리포니아 롤&스시'를 전 남편이 사용하게 되면서 그녀는 미련 없이 상호명을 '옌'(Yen)으로 바꿨다.
#사람이 가장 큰 재산
현재 그녀는 9개의 식당 중 5곳을 처분하고 4곳만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 그해 재혼한 남편 라이언 김(53)씨와 함께 LA한인타운에 감각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카페 콘체르토'를 오픈했다. 오픈과 동시에 타운에선 보기 드문 에지있는 인테리어, 고급스런 퓨전 메뉴와 디저트로 그녀는 단박에 한인들은 물론 주류 미식가들까지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 성공을 발판으로 지난해 12월엔 아케이디아 웨스트필드 쇼핑몰의 제안으로 콘체르토 2호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사업자체가 너무 재밌어요. 워낙 제가 좋은 식당이며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도 하고 무엇보다 추진한 일이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 때문에 지금껏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를 26년째 지치지 않고 이곳까지 이끌게 한 원동력은 가족 같은 종업원들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그녀의 식당 6곳에서 일하는 종업원 수는 줄잡아 120여명. 특히 '옌' 직원 60여 명 중 10년 이상 일한 이들이 절반이 넘고, 20년 이상 일한 이들도 5명 정도라 하니 그 가족 같은 분위기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식당엔 버스보이로 시작해 셰프가 된 이들도 부지기수이고 자기 가게를 차린 이들도 여럿이다.
"요리 배우겠다는 이들 있으면 설거지를 하는 사람이건 서빙하는 이들이건 다 가르쳐요. 다 제 식구들인데 잘되면 너무 좋잖아요. 한번 제 사람이다 싶으면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결코 허튼 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런 눈빛과 표정을 가진 이들만이 갖는 진심이 스쳐가는 순간이었고 30년 세월 사업 노하우가 슬쩍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맞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녀, 누가 뭐래도 진짜배기 성공을 거머쥐었다.
이주현 객원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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