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봉호 중앙장의사 대표
19년째 이어진 추석 성묘단중앙장의사 하봉호씨 송편.꽃.교통편 제공
매년 추석이면 플러싱 41애브뉴에 있는 중앙장의사 앞에는 롱아일랜드 파인론 세인트찰스 메모리얼파크 묘지 등으로 성묘를 떠나려는 한인 노인들로 가득찬다. 올해 성묘행사에도 100여명의 노인들이 신청했다.
추석을 맞아 성묘길에 오르는 한인 노인들은 출발 전부터 눈가에 촉촉하게 물기가 맺히기 일쑤다. 오래전 가슴에다 묻은 자식 늘 곁을 지켰던 배우자의 생전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중앙장의사 하봉호 대표(사진)는 지난 87년부터 가족의 묘소를 방문하고 싶어도 교통편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노인들을 위해 무료 성묘 서비스를 열고 있다. 처음에는 단오와 추석 등 명절에 맞춰 1~2가정이 떠나던 성묘단은 이제 대형 버스 2대가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씨는 "19년전 외아들을 잃고 가슴에 묻은 한 노인이 장의사를 찾아와 성묘를 가고 싶은데 교통편이 없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봤다"며 "자식에 대한 애절한 사랑에 함께 목놓아 울었고 이후부터 무료 교통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5일 무료 교통편을 신청하기 위해 중앙장의사를 찾은 김모(89) 할아버지는 "이제 나이가 들어 버스 타는 것도 힘들지만 세상을 앞서간 자식을 만나기 위해 추석이면 묘지로 간다"며 "장의사측에서 송편과 꽃 등 성묘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까지 준비해줘 고맙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하씨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무료 성묘 서비스를 이용하는 할머니들도 여럿 있다"며 "묘지에서 사망한 배우자의 묘비 등을 만지면 회상에 젖는 모습을 지켜 보면 저절로 숙연해진다"고 밝혔다.
임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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