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영화이야기] 시간도 초월하는 사랑 이야기

최인화(영화 칼럼니스트)

<레이크 하우스> (The Lake House)는 우리 영화 <시월애> (이현승 감독; 전지현, 이정재 주연)를 리메이크한 헐리우드 영화다.

영화 제목 <시월애> (時越愛), 즉 ‘시간을 초월한 사랑’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서로 다른 시간대에 속한 남녀의 사랑을 그린 일종의 판타지 영화다.

케이트 (샌드라 블럭)는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시카고의 큰 병원에 취직해 정든 호수 위의 집을 떠나게 된다.
이사 올 사람에게 우편물 전달을 부탁하는 내용의 메모를 적어 집 앞 우편함에 넣어 둔다.
한편 건축 기사인 알렉스 (키애누 리브스)는 유명한 건축가인 아버지가 지었지만 한동안 버려두었던 호수 위의 집을 복원키로 하고 이사 온다.
아무도 산 적이 없는 이 집의 우편함에 먼저 살았다는 사람의 메모가 남겨진 걸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케이트가 2년 후의 미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미스테리한 우편함을 통해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키워간다.

사전 지식 없이 <레이크 하우스> 만 보면 우리 영화를 리메이크했다는 걸 전혀 못 느낄 수 있다.
그만큼 헐리우드 어법에 충실하게 영화를 만들었다.

<레이크 하우스> 를 원작 <시월애> 와 비교해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둘 다 아름답게 촬영됐지만 전체적인 색감에서 동서양 간의 대비가 여실히 나타난다.

기본적인 줄거리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시월애> 는 주인공들이 안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부각시키고 쓸쓸함과 우울함을 주 기조로 끌어가는 데 비해 <레이크 하우스> 의 주인공들은 충분히 감당할 만한 정도의 갈등을 안고 있을 뿐이고 간절한 기대감에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작에 나온 바다에 떠 있는 집 ‘일 마레’ (Il Mare)는 아련하고 환상적으로 보이는데 리메이크에 등장한 호수 위의 집 ‘레이크 하우스’는 장식적이면서도 기능적으로 보인다.

<시월애> 에는 김현철의 맞춤 음악이 일관성 있게 사용되고 있고, <레이크 하우스> 에선 폴 매카트니의 ‘This Never Happened Before’나 캐롤 킹의 ‘It’s Too Late’ 같은 곡들이 적절히 삽입돼 있는데 둘 다 괜찮다.

영화의 끝장면은 <레이크 하우스> 가 개운한데 비해 <시월애> 는 안타깝지만 좀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레이크 하우스> 에 지적해야 할 곳이 몇 가지 눈에 띈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시간대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데 스토리가 시간 순으로 전개되지 않아 혼란을 주는 부분이 있다.
개 이름을 부르는 장면같은 데선 감독 자신이 앞뒤를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케이트 쪽에선 상대방을 인식하지 못한 가운데 알렉스와 처음 만나 춤을 추고 짧은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설득력 없고 극 전개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부분의 삽입은 감독의 실수로 보인다.

이런 결점이 있더라도 <레이크 하우스> 는 재미있게 (?) 볼 수 있는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다.

이미 몇 차례 지적했듯이 헐리우드 영화의 소재 빈곤은 외국 영화의 리메이크로 활발히 확대되고 있다.
현재 상영 중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디파티드> (Departed)는 홍콩 영화 <무간도> (無間道)의 리메이크이고, 우리나라에서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괴물> (봉준호 감독)의 리메이크 판권도 최근에 헐리우드에 팔렸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