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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남 칼럼]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이야기(3)

공항에 내려 짐들을 찾아 2대의 렌트카에 실었다. 우리 일행은 우선 호피 인디언들과 함께 먹을 음식재료와 일용품들을 구입하러 월마트와 한인 마켓을 다녔다. 애틀랜타도 여름에는 덥지만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기온은 산불 난 동네 옆을 지나는 것처럼 더운 바람이 훅훅 우리 곁을 함께 가는 것 같았다. 저절로 땀이 나고 계속 물을 마시게 된다.

애리조나주의 가운데 위치한 플래그스태프(Flagstaff) 시에 있는 선교센터를 향해 계속 북쪽으로 달렸다. 가도 가도 좌우에 펼쳐진 낮은 산들에는 모래사막과 선인장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곳은 인디언 마을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준비하고 점검하면서 선교의 열정과 영성을 갖도록 공부하는 센터이다. 여러 해 동안 인디언 선교를 한 모니카 리 선교사의 경험담을 들었다. 애리조나주만 해도 남한 크기의 지역에 나바호족과 아파치 인디언족 등 23개나 되는 부족들이 산다고 한다. 여기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은 13, 14세만 되어도 아이를 낳고, 30대에 벌써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되며 가정의 90%가 깨어져 있다고 한다.

이들은 미래를 생각지 않고, 오늘과 내일만 산다는 생각으로 술과, 마약으로 희망도 없고 생을 포기한 상태이기에 자살률이 6배나 높고 자기 자신을 어떻게 할 줄을 모른다고 한다. 이곳은 실업률이 75%가 넘는다. 이들은 백인 크리스천들이 우리 땅을 빼앗고 우리 조상들을 학살한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들이 인디언도 아닌데 아메리칸 인디언이라고 불려지는 것을 아주 싫어하니 꼭 인디언 부족 이름을 부르든지, 아니면 네이티브 아메리칸이라고 부르는 것을 잊지 말라고 우리들에게 교육했다. 그래서 필자도 이 글의 제목을 네이티브 아메리칸이라고 했다.

인디언 마을에 있는 교회로 향하기 전날, 우리들은 대접할 여러 음식들을 밤이 늦도록 만들고, 이런 저런 준비를 했다. 그랜드 캐년 동쪽으로 향하는 큰 길을 따라 가다 보니 나바호 보호구역이 나온다. 나무 하나 안보이고, 풀도 없는 사막지대를 한참 지나다 보니 호피인디언 보호구역 사인이 나타났다. 여기도 대부분 사막 같은 곳으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다. 한 시간 넘게 가다 보니 한쪽으로 얕은 산들이 나오고 아래 쪽으로 간간이 흙으로 지은 낮은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이 우리들이 가는 인디언 마을이었다.

왜 인디언 보호구역이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척박한 사막가운데 있는지 의문을 갖지않을 수 없었다. 현지에서 지난 8년동안 부인과 4명의 자녀들과 함께 선교와 사역을 하는 임태일 목사를 만났다. 이곳은 고원지대의 사막으로 높이가 6000 피트가 넘어 낮 기온은 너무 덥고, 밤에는 추울 정도로 쌀쌀한 기온으로 떨어져 살아가기엔 너무나 척박한 곳이었다. 이날 우리들은 봉헌한지 얼마 안된 예배당 건물의 주변에 보도 블록을 깔아주고 주일의 식탁 교제를 위해 하루 종일 준비했다. 드디어 주일날 원근 각지에서 온 50여명의 호피 성도들과 더불어 2시간 넘는 주일 예배를 드렸다.

우리들 모두 함께 뜨겁게 기도하며 힘차게 찬송가를 불렀다. 나이 많은 어느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면서 찬송을 불렀다. 놀라운 것은 이분들은 영어로도 부르지만 수백년 전부터 간직하고 내려온 자신들의 호피 문자로 된 가사로 부르는 것이었다. 또한 이분들의 얼굴에서 조금은 까만 우리들의 친척을 만나보는 것 같았다. 이들 원주민들은 오래 전 빙하기에 아시아대륙 동쪽에서 베링해를 거처 알래스카를 통해 건너왔다는 학설이 주류적 입장이다. 이들은 우리들이 갖고 있는 몽고반점이 있기에 어떤 학자는 우리 한민족들의 후예들이라고도 주장한다.

예배 후 우리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여러 음식 중, 특별히 불고기와 한국식 피자(감자를 섞어 만든 빈대떡)가 인기를 끌었다. 이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후 8년동안 원주민 마을에서 지내온 임태일 목사가 어렵고 외로운 환경 속에서 지낸 간증과 원주민들의 가슴 아픈 현실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특히 이곳도 미국의 영토라는 점이 놀라운 사실은 미국의 원주민 300만중 기독교 인구가 1%도 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인디언 말살 정책에 앞장서고 그들을 핍박하고 학살한 이들이 백인 기독교도인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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