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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분홍신

황시내 / 작곡가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가끔씩 귀를 확 사로잡는 멋진 음악이 들릴 때가 있다.

대부분 예술 채널의 음악 연주 장면이나 CF 배경음악들인 데, 가끔은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일 때도 있다.

그런 경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든, 지금까지의 내용이야 알든 말든 그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다.
<세 개의 사랑 이야기> , <여인의 향기> 가 그러했고, <시네마 천국> 과 <라스트 컨서트> 도 그런 식으로 음악에 정신을 빼앗겨 중간부터 보게 된 영화들이다.

오늘 오랜만에 채널을 돌리다 음악에 발이 묶여 영화를 한 편 끝까지 보게 됐다.
1948년작 영국 영화 <분홍신,원제는 the red shoes> .
전설적인 콤비였던 마이클 파웰과 에메릭 프레스버거 감독이 공동 제작했는데 알고 보니 20세기 후반 발레영화 원조이자 '영국을 대표하는 영화 100선'에서 9위로 선정된 바 있는 명작 중의 명작이었다.

유명 발레단의 감독 보리스 레몬토프(안톤 월브룩)는 예술을 위해서라면 개인적 감정 따위는 무시해야 한다는 주의다.
그는 신예 발레리나 빅토리아 페이지(모이라 쉬어러)를 발굴해 세계적인 프리마 발레리나로 키우고 자신의 발레단 위상도 높일 것을 계획한다.

그는 그녀를 주인공으로 안데르센 동화를 기초로 한 '분홍신'이라는 발레를 기획, 줄리안 크래스터(마리우스 고링)에게 작곡을 맡긴다.

'분홍신'은 병든 할머니를 돌보지 않고 춤 추러 무도회에 간 소녀가 영원히 춤을 추어야 하는 분홍 구두의 저주를 받고 끊임 없이 춤 추다 결국 발목을 자르고서야 저주에서 풀려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빅토리아와 줄리안은 공연을 대성공으로 끝내 빅토리아는 떠오르는 샛별로 각광받는다.
발레단장 보리스는 빅토리아의 재능에 크게 만족,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로 키울 것을 결심한다.
그러나 빅토리아와 줄리안이 사랑에 빠졌다는 괘씸한 소식에 빅토리아에게 사랑은 예술에 방해가 되니 둘 중 하나만 택하라고 종용하는 한 편 줄리안을 해고해 버린다.
빅토리아는 사랑을 따르겠다며 발레단을 탈퇴하고 줄리안과 함께 떠난다.

빅토리아는 줄리안과 행복해 하면서도 꽃피우지 못한 예술의 꿈 때문에 항상 어딘가 목이 마르다.
줄리안이 런던의 유명한 콘서트 홀 코벤트 가든 연주를 지휘하기 위해 런던으로 간 동안 보리스는 그녀에게 다시 무대에 설 것을 유혹, 넘어가고 만다.

마침내 그녀가 '분홍신'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저녁, 낌새를 눈치 채고 지휘를 포기, 달려온 줄리안은 그녀를 붙잡고 "사랑과 무용 중 한 가지를 택하라" 요구한다.

옆에 있던 보리스도 그녀에게 똑같은 주문으로 너무나 극단적인 두 사람의 종용에 절망한 빅토리아는 분홍신이 이끄는 대로 밖으로 달려 나가 발코니에서 몸을 던져 지나가던 기차에 치여 죽고 만다.

<분홍신> 은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ㆍ각본상ㆍ편집상 후보였으며 음악상ㆍ미술상ㆍ촬영상을 수상했다.
추후 40년간 미국 내에서 영국 영화로서는 최고의 성공을 거뒀다.

발레 영화인 만큼 음악은 아주 중요한 역할로 중간중간 '백조의 호수', '레 실피드', '코펠리아' 등 여러 곡이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영화의 제목이자 주제인 '분홍신'이었다.

로버트 헬프만과 레오니드 마신이 안무한 창작 발레 '분홍신'은 토머스 미첨의 지휘로 근 20분간 '영화 속의 발레'로서 공연되는데 이 '액자 기법'은 후일 <오클라호마> , <파리의 아메리카인> 등 1950년대 뮤지컬 영화의 모델이 됐다고 한다,
이 발레는 음악ㆍ안무ㆍ연출ㆍ촬영 어느 한 가지를 봐도 최고 점수를 줄 만큼 완벽한 작품이었다.
음악을 담당한 브라이언 이스데일(Brian Easdale 1909~1995)은 이 환상적인 내용의 동화를 너무나도 멋지게 음악으로 표현했다.

드뷔시와 스크리아빈ㆍ스트라빈스키가 합해진 것 같은 매력적인 음악이었다.
내가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 정신이 팔려버린 음악도 바로 줄리안이 빅토리아를 위해 피아노로 연주하는 '분홍신'의 한 소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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