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제로 톨러런스'
홍석인 논설위원
너그럽게 용서하고 받아드린다는 뜻의 'tolerlance'는 영어로는 톨러런스로 발음하지만 프랑스어로는 똘레랑스다. 한자단어로는 '관용' 내지는 '금도'(襟度:남을 받아드릴만한 도량)로 표현된다.
꽤 오래전 군사정권 시절 파리의 망명자 홍세화라는 청년이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을 썼는데 여기서 그는 프랑스에서 우리나라(한국)에 들여가고 싶은 게 있다면서 소개한 게 바로 '똘레랑스'였다. 프랑스란 나라와 국민정서에 넘쳐나는 똘레랑스 풍조. 그래서 프랑스가 망명자들의 천국인지도 모른다.
프랑스말 사전에 오른 똘레랑스의 첫번째 뜻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 즉 나와 다른 남을 허용하고 관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 의미는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이다.
첫번째 뜻이 나와 남을 동시에 존중하고 포용하는 내용을 품고 있다면 두번째 뜻은 권력에 대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품고 있다.
이 톨러런스 앞에 제로(0)를 붙이면 '제로 톨러런스'가 되는데 완전히 반대의미다. 교육계와 치안당국 정부에서 불법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표방할 때 쓰는 정책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제로 톨러런스로 다룬다는 것은 사소한 규칙위반에도 관용없이 엄하게 처벌한다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클린턴 대통령 시절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학창시절 학교에 있느냐 길에서 헤매느냐에 달렸다"며 무단결석을 엄히 다스리게 했다.
이는 치안에서 흔히 쓰는 '브로큰 윈도 이론'(조지 켈링이 1982년에 저술. 후에 LAPD 컨설턴트까지 했다)을 학교 질서 유지에 응용한 것이다.
건물에 깨진 유리창이 하나만 있어도 그 건물은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여겨진다. 깨진 유리창은 점점 늘어나기 쉽다. 학교에서도 복장위반과 같은 작은 위반을 방치하면 비행이나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즉 사소한 규칙 위반도 엄하게 다스리는 지도방침을 뜻한다.
그런가하면 제로 톨러런스는 2004년 미국 가톨릭 교계가 사제들의 섹스 스캔들로 크게 물의를 일으켰을 때 주교회의가 채택한 정책이기도 하다. 당사자들에게 'zero tolerance'폴리시로 대처 한치의 예외규정없이 다스리겠다는 자성의 다짐이었다. 또 9.11 사태 이후 미국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제로 톨러런스를 단호히 강조했다.
우리 개개인의 삶으로 돌아와 보자. 우선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들에게 톨러런스를 보이면서 생활하는가. 너무 빡빡하게 가족구성원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마치 제로 톨러런스를 채택하고 있듯.
그러면서도 절대 있어서는 안될 가정폭력 마약 등과 같은 행위에 톨러런스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남편이기 때문에 자식이기 때문에 눈 감아줄 수 없는 사안인데도 그렇다.
운전하다 보면 경찰차 뒤 범퍼에 붙은 스티커가 눈에 띈다. "There's No Excuse for Domestic Violence." 가정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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