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편지] 방유룡 안드레아 신부님
김안나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LA한국순교자 영성센터
이렇듯 은혜로운 시기에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그 소명을 따라 심중천국을 살면서 다른 이들 또한 그 삶으로 초대한 사람들 중에 하나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창설자 방유룡 안드레아 사제가 있다.
1946년 4월 2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수녀회를 창설하여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영성에 따라 살도록 수도자들을 가르치고 자신도 그렇게 사셨던 분 20세기 한국역사 인물 100선에 현대의 영성가로 선정되어 알려진 분이시기도 한 무아(無我) 방유룡 안드레아 사제.
그 분은 1945년 우리 민족이 해방의 기쁨을 맞이하고 새 삶을 살고자 노력하던 시절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 있어 어려움과 혼란에 처해 있을 당시 삶의 가치와 방향을 바로잡고 살아갈 지표를 하느님께 두면서 그 모범을 사셨다. 또한 한국 초기의 순교 선열들을 주보로 모시고 기도와 희생 그리고 봉사의 삶을 사시며 한국순교복자수녀회를 창설하셨다.
그렇기에 한국순교복자수녀회의 수녀들은 우리 민족이 겪었던 시대적 아픔을 함께 겪었고 피로와 궁핍으로 인한 어려움도 함께 겪으며 그 속에서 희망과 기쁨을 주는 빛과 누룩의 역할을 하며 살아왔다. 또한 무아 방유룡 사제의 영성인 점성(點性) 침묵(沈默) 대월(對越) 면형무아(麵形無我)가 말해주듯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고 규모 있게 살며 개척적인 자세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되 어디에나 존재하는 사람들이 돼 세계 각 지역으로 나가 복음을 전파하는 사도가 되었다. 이제는 그 회원 수가 600여명에 달하는 거대한 수녀회로 성장하였고 남자 수도회와 재속 외부회원들이 한국은 물론 이 곳 미주지역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61주년을 맞은 한국순교복자수녀회는 대전관구와 수원관구를 설립하여 창설자를 통해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자 하셨던 하느님의 뜻을 다시 성찰하고 새롭게 살아가기 위한 쇄신의 시기로 삼았다.
지난 14일에는 LA 한국순교자영성센터에서도 그것을 기념하는 미사와 축하 행사를 가짐으로써 수녀회가 소속되어 있는 지역 사제와 수도자들은 물론 이웃의 주민들이 함께 하는 나눔의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한국순교자들의 영성에 관심을 갖고 기도와 봉사의 삶을 살고자 하는 많은 한인들도 자리를 함께 해 미주에 전해지기 시작한 한국순교자들의 영성과 '면형무아'의 영성으로 세상 사람들이 하느님 안에 하나 되기를 기도하였다.
1986년 1월 24일에 하느님 품으로 가신 방유룡 안드레아 신부님을 당시 수련 수녀였던 필자는 마지막 길에서야 짧게나마 만날 수 있었다. 그 분에 대한 특별한 기대를 하고 살던 필자에게 그저 한 생을 다한 평범한 할아버지의 얼굴은 조금의 실망감을 안겨 주었었다. 하지만 그 분이 남기신 큰 교훈은 지금까지도 항상 내 안에 살아 있어 어떻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인지 항상 생각하고 노력하라는 채찍의 말씀이 된다. 그래서 더욱 평범하게 보이는 한 사람을 통해 크나큰 당신의 일을 이루신 하느님께 대한 놀라움과 경외의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영원성 안에 61이라는 숫자는 순간에 불과하고 인간 역사의 관점에서도 점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나 인생의 나이로 보면 회심의 삶을 통하여 자신의 인생을 정리할 시기이다. 자신의 몸을 깊이 있고 세밀하게 닦아 실천하여 하늘의 뜻을 살며 생을 마감하겠노라고 하셨던 다산 정약용 요한 선생의 말씀처럼 다시 한 번 회갑을 맞은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창설자의 정신으로 쇄신되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의 빛을 밝히는 등불로서 한국 순교자들의 모범을 세상에 전파하는 수도회가 되도록 부활하신 주님께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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