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영화이야기]미스 포터 (Miss Potter)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순수함도 강함이 받쳐줄 때 빛난다

‘미스 포터’(Miss Potter)는 100년 이상 세계적인 스테디 셀러로 자리 잡고 있는 그림 동화책 ‘피터 래빗 이야기’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 (르네 젤위거 분)를 그린 전기 영화다.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살았던 그녀의 삶 자체가 동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남보다 용감한 신여성의 풍모를 보여 준다.

당시 귀족 가문의 딸들은 돈 많고 변호사 같은 좋은 직업을 가진 귀족과 결혼해 현모양처로 살아가는 걸 꿈으로 삼았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주변 동물들의 모습에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그들을 그리고 이야기로 꾸미는 일에 빠진 그녀는 그런 사회 풍조를 거부, 결혼하지 않고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들과 평생을 지내겠노라고 선언한다.

자신이 그리고 쓴 그림 동화책을 출판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던 중 프리데릭 원 출판사와 계약하게 된다.
출판사 측에선 이 동화책이 성공하리란 기대에서 계약을 한 것이 아니고 새로이 경영에 참여하려는 막내 노먼(이완 맥그리거 분)에게 부담 없이 맡길 만한 일로 이 책의 출판을 결정한 것이었다.

노먼은 이 일을 맡아 처음하는 사람답지 않게 책의 성공에 확신을 갖고 컬러 도판 삽입 등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해 결국 대성공을 거두게 한다.
이어서 베아트릭스에게 후속작들을 준비토록 종용해 ‘제미마 퍼들 덕’, ‘톰썸과 헝커 멍커’ 같은 캐릭터들을 탄생시키게 한다.

작업을 함께 해나가던 중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순진한 두 사람이 만나 속내도 잘 표현 못하고 주저하며 다가가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여 보는 이들의 가슴까지 설레고 울렁이게 만든다.

가족이 함께 즐길 영화인데, 이런 연애하는 장면들 때문에 오히려 나이 지긋한 중년들이 더욱 짙은 감동을 느끼지 않을까 한다.

당초 케이트 블랜칫이 맡기로 됐던 역을 대신 맡게 된 르네 젤위거는 베아트릭스 포터로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준다.
서른이 넘은 노처녀로 너무나 순진하지만 한편으론 고집이 강하고 감정 표현이 솔직한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노먼 역의 이완 맥그리거 또한 순수한 열정이 가득찬 노먼의 모습을 나무랄 데 없이 잘 그리고 있다.
노먼의 누이이자 역시 노처녀로 베아트릭스와 짙은 우정을 나눈 밀리 역의 에밀리 왓슨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사랑의 감정에 앞서 가문이나 재산, 직업같은 걸로 상대를 따지려는 당시 영국의 결혼 풍조나, 별 대단한 가문도 아닌 집안조차 가문 따져가며 사업하는 사람은 장사치로 비하하는 모습을 보니 사람 사는 데는 대충 비슷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스피드, 폭력, 섹스 없이도 얼마든지 볼 만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베아트릭스의 꿈을 좇는 일상, 노먼과 나누는 소박한 사랑, 베아트릭스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 (2D 애니메이션 처리), 고향의 풍광… 이런 것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영화 보는 내내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다만, 내용이 조금 더 깊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출판사를 찾느라 고생하는 이야기라든지, 아니면 노먼과의 사랑 이야기가 좀더 다루어져도 좋았을 것 같고, 고향으로 들어간 후의 일도 땅 사는 것 외에 뭔가 다른 게 더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스 포터는 아름다운 동화책으로 세계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줄 뿐 아니라, 아름다운 농장이 개발업자들에게 팔리는 걸 막기 위해 농장이 매물로 나오는 대로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까지 사들여 개발을 막고, 후일 4천 에이커나 되는 막대한 땅을 토지 보전 기구에 기증하는 환경 보호 차원의 업적도 이뤘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