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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칠칠맞은 사람이 되라

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원장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실수가 잦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웃어넘기지만 자꾸 반복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문제가 커진다. 그럴 때 우리가 나무라면서 하는 표현이 '칠칠맞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똑같은 상황에서 '칠칠맞다'는 말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긍정과 부정이 같은 뜻으로 쓰이는 이상한 예이다.

그러면 우리는 칠칠맞은 사람이 되어야 할까? 아니면 칠칠맞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할까? 칠칠치 못한 사람은 칠칠맞은 사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칠푼이라는 말과도 관련이 있는 말일까? 모두 쉽지 않은 물음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칠칠맞은 사람이 좋은 거다. 칠칠하지 못한 사람이나 칠칠맞지 못한 사람은 비슷한 의미이다. 왜냐하면 '칠칠맞다'는 어휘는 '칠칠하다'의 속된 표현이기 때문이다.

'칠칠하다'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주접이 들지 아니하고 깨끗하고 단정하다'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의 의미로 나온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것은 이를 부정으로 표현하는 경우이다. 칠칠치 못하다든지 칠칠맞지 못하다고 쓴다. 칠칠하다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음을 기억해 두면, 칠칠맞다가 좋은 의미임을 연관 지어 놓을 수 있다. 칠칠한 것이나 칠칠맞은 것은 좋은 의미다.

칠칠한 것이 단정하고, 일처리가 야무진 것이기에 음식을 흘리면서 먹거나 실수가 잦으면 칠칠맞지 않은 게 된다. 얼굴에 밥풀을 붙이고 다니고, 비만 그치면 우산을 잃어버리고, 긴장해서 물을 쏟고, 남에게 엉뚱한 피해를 줄 때 칠칠하지 못한 사람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순간 부정적인 표현에만 익숙해져서 긍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 경우가 있다. '칠칠하다'는 말을 안 쓰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하도 부정의 표현만 쓰다 보니 '칠칠맞다'의 의미가 혼동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부정적인 표현을 줄여서 말하다가 의외의 실수를 하게 된 것이다.

비슷한 예로 외래어 '스테인리스'가 있다. 이는 원래 녹이 슬지 않는다는 의미를 이야기할 때 쓰는 어휘인데, 줄여서 '스텡, 스뎅'이라고 잘못 쓰는 예가 발생하였다. 스테인은 녹이 슨다는 말이니 얼마나 뜻의 전달이 우습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예전에 집에 있던 '스뎅 그릇'은 가끔 녹도 슬었다니 어휘가 의외의 진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스텡이나 스뎅은 여전히 표준어가 아니다.

이제 칠칠맞다와 칠칠맞지 않다가 모두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어서 언어학적으로 흥미로운 현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고 재밌는 것은 이런 말에 대해서 사람들은 그다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쩌면 칠칠맞다는 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은 사람은 대단한 사람일 수도 있다. 물론 거의 없겠지만 말이다. 나 역시 이 말을 듣고 웃어넘기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마도 '칠칠'이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와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칠푼이'가 주는 강렬함도 원인이 되었을 듯하다. 칠푼이는 팔푼이와 칠삭둥이는 팔삭둥이와 관련이 있다. '7'은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을 못 채우고 태어나 여러 가지로 발달이 부족한 경우가 있었기에 생겨난 숫자이다. 사실은 놀려야 할 숫자가 아니라 돌봐주어야 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칠칠한 사람은 일을 야무지게 하고 차림이 단정하고 깨끗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 예기치 않은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우리들이 하는 실수 중에는 즐거운 실수도 있다. 남에게 웃음을 주는 실수는 때로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칠칠치 못함이 반복되다 보면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기도 한다.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평소에 칠칠하게 지내야 한다. 항상 칠칠맞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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