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세이] 도널드 트럼프와 '천수답 경영'
최운화/유니티은행장
이에 빗대어 '천수답 경영'이란 말도 있다. 근본적이고 과학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경기상황 등에 따라 흔들리면서 정부정책에만 기대는 안이한 경영자세를 뜻한다.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노력 없는 대처방식을 비판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천수답 경영은 외부의 힘에 의존하고 문제가 생기면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특징이 있다. 이런 현상이 집단화하면 주술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생긴다. 우상을 만들어 자연조건을 유리하게 해달라고 기원하기도 하고, 제물을 만들어 바치기도 하며, 속죄양을 만들어 박해하기도 한다. 한국 고전 심청전에 나오는, 멀쩡한 처녀를 바다에 던져 죽이는 제물 바치기나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 등이 대표적이다. 가까이는 일본의 관동대지진 때 한국인 때문이라며 대학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렇듯 역사상 이루 셀 수 없는 주술적 사고의 피해자가 있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미신적 행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정성껏 기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으로 사교에 빠져 자신의 인생을 망치거나, 다른 집단을 희생시키는 일들이 가끔씩 보도되는 것을 보면 천수답적 사고는 여러 곳에서 존재한다.
막말로 상처 주고, 대통령 후보의 자질까지도 의심케 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기득권 정치와 제도에 대한 심판이라고 한다. 고착화된 기존질서를 바꿔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래야 새로운 시각이 나오고 기존 주도세력도 긴장하면서 분발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의 지지세력이 갖는 기대는 불안감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가 제시하는 경제정책이나 이민정책의 변화가 신중하게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고민한 합리적 대안이 아니라 우상적 존재가 나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이 우리의 일자리를 되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면 보호무역으로 값싼 외국제품이 없어지면서 물가가 올라 서민의 삶이 힘들어지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의 건설사업으로 경기를 부양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높아가는 국가부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이 없다. 그러면서 정부의 수입인 세금은 줄여주겠다고 한다.
경제정책은 선택이고 좋아지는 분야가 있으면 나빠지는 분야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저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마음은 바로 하늘이 우리를 어여삐 여겨 가뭄과 홍수를 막아주면 된다는 천수답식 수동적 접근이다. 이는 자칫하면 우상화로 이어지고 속죄양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우상화와 속죄양의 사고가 마녀사냥이나 유대인 학살, 인종소멸, 테러 등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수도 없이 보아왔다.
우리의 삶은 합리적 연구와 노력에 의해 발전된다는 건전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결코 국가나 '위대한 지도자'가 우리의 삶을 개선해 주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 우리 스스로 우상화와 속죄양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천수답을 해결하려면 내 스스로 저수지를 만들고 관개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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