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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미디어도 정치도 소통이 관건이다

최인성 / 경제부 부장

양방향 미디어의 호흡은 가쁘고 정신없지만 대단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게 바로 대세인 이유다.

"답답하니 앞에 있는 컵 좀 치워주삼."

"인터뷰 재미없네요. 빨리 끝내주시죠."

"왜 매체별로 선거인단 집계가 다른가요."

"전화 볼륨이 안 들려요. 키워주세요."

"벌써 펜실베이니아는 넘어 갔네요."

지난 대선 토론회와 선거일 개표방송을 10시간 가량 페이스북으로 생중계 하면서 마주한 시청자들 댓글 수천개 중의 일부다. 솔직히 신문과 라디오 방송의 경험을 가진 기자가 맞이하기엔 조금은 생경한 과정이었다.

이미 콘텐트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TV와 온라인 매체를 익숙하게 봐왔지만 실제 제공 당사자의 입장에서 시청자들을 대하는 느낌은 사뭇 달랐던 것이다.

특징들은 이랬다.

먼저 '자유롭고 솔직하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댓글로 옮긴 표현과 내용은 다른 구애를 받지 않았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 철학은 물론 사사로운 조그만 것들에 대한 자기 표현에는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누군가 자기 생각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 질문 받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당당했다. 물론 트럼프 후보에 대한 소위 '수줍은 지지'가 반영된 부분은 있었지만 의외로 거침없는 표현과 자신감은 독특했다.

둘째로는 나름의 '정제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가명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익명의 공간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구도 과격한 발언을 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웃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자유롭게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반영하면서도 여전히 예의와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뿌듯하게 했을 것이다.

셋째로는 TV나 신문처럼 일방적인 소통에 비해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1~2주가 지나도 이메일로, 텍스트 메시지로 평가를 보내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물론 알고 있는 지인들의 평가가 상당수 차지했지만 이들의 반응 정도로 가늠하자면 일반 시청자들도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마지막 놀라운 것은 '공간 초월'의 메커니즘이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한국과 미국이 아닌 일본, 필리핀에서도 내용을 지켜봤으며 시간대가 다른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도 지켜봤다고 알려왔다. 이들은 다른 지역, 다른 시간대, 다른 접근 방식과 철학을 갖고도 소통에 거리낌이 없었던 것이다. 보수적 공급 방식을 가진 매체에 종사해온 기자로서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모든 매체들이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은 이제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민주주의도 이처럼 다양하면서도 그 뿌리를 달리하는 목소리와 생각들을 섭렵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래서 이시대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에 열중하는 것일 테다. 자신의 목소리로 참여하고 주장하고,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스려가는 것이다.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부와 사회 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는 국민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쉬움이 솟는다.

조그만 화면 아래 크게 자리를 차지한 컵을 치우라고 댓글을 준 시청자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합당하다면 과감히 수용해 실천하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트럼프 당선인과 박근혜 대통령이 기억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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