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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타인의 삶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타인의 삶> (The Lives of Others; Das Leben der Anderen)은 오랜만에 접하는 명화 반열에 올릴 만한 묵직한 영화다.
독일 영화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이 시대 배경이다.


주인공인 비즐러는 동독 국가안보국 (Stasi-‘슈타지’로 읽음)의 심문 및 도청 전문가로 교수를 겸하고 있다.
명예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때에 유명한 예술가 부부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남편 드라이만은 동독의 대표적인 극작가이고, 아내 크리스타 마리아 질란트는 인기 연극배우다.
그들이 반국가적, 반체제적인 행위 또는 발언을 했다는 증거를 잡아내라는 것이다.
자신 있게 이 과업을 맡았던 프로페셔널 비즐러는 드라이만 부부를 엿보고, 엿듣는 와중에 그들 부부의 예술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조국의 이상과 그와는 동떨어진 현실의식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게다가 이 임무가 국가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명령이라기보다는 크리스타에게 흑심을 품은 문화부 장관의 개인적인 목적에서 나온 명령이란 걸 알게 된다.
이제는 상황이 역전돼 그들 부부를 잡아넣을 증거를 찾아야 할 비즐로가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는 처지로 입장이 바뀌게 되었다.


러닝 타임이 2시간 20분이나 되고, 화려한 그래픽이나 빠른 액션, 또는 대단히 긴박한 스릴러나 파안대소할 코미디 하나 없이 전개되는 영화임에도 지루함 없이 무언가를 풍성하게 전해주는 느낌이 든다.

몇 마디 대사 없이 얼굴 표정과 눈빛으로 내면의 감정과 의사를 표현해 낸 비즐러 역의 올리쉬 무흐의 연기는 최상급이다.

통일된 독일에서 마주친 문화부 장관과 드라이만이 나누는 ‘인권도 없고 언론의 자유도 없던 동독의 시스템이 오히려 글 쓸 영감을 주었다’는 요지의 대화는 아이러니로 남는다.


훌륭한 영화에 흠집 낼 마음은 없지만, 몇 부분에선 좀더 완벽하게 다뤄졌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우선 조국의 안보를 위해 비인간적인 심문이나 도청을 괘념치 않던 냉정한성격의 비즐러가 감시하면서 엿들은 그들의 대화 내용과 드라이만의 작품을 읽은 정도만으로 입장을 180도 뒤바꿨다는 사실은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자신의 멘토였던 알버트가 자살한 후 그가 보내준 악보를 보고 드라이만이 연주한 ‘선한 영혼들을 위한 소나타’를 들으며 눈물을 살짝 비친 것으로 비즐러의 심경 변화를 묘사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감시 대상자를 함정에 빠뜨려 엮어 넣지 못했다고 해서 평생을 국가에
봉사해온 감시자가 큰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는 것도 쉽사리 납득이 안 된다.

그리고 앞에서 보여오던 모습과는 달리 너무 쉽게 비밀을 폭로한 크리스타의 태도도 의아했지만,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너무나 건조하게 처리된 마지막 책방 신은 명장면으로 남을 라스트 신이었다.


<타인의 삶> 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독일 국내영화제에선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올리쉬 무흐) 등 7개 부문상을 휩쓸었다.

드라이만 역을 맡은 세바스티안 코치는 폴 버호벤 감독의 <블랙 북> 에 점잖은 독일군 장교로 출연했던 바로 그 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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