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프레스티지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프레스티지> (The Prestige)는 마술쇼를 소재로 한 영화다.
1900년대 초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는 마술쇼가 성행을 이룬 데다 전기의 발견으로 한층 더 환상적인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 때였다.
영화가 시작되면 로버트 앤지어가 번개같은 고압전류가 흐르는 기계장치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공간이동 마술을 선보이려는 것이다.
이 때 한 사나이가 신분을 숨기고 무대 아래로 몰래 숨어든다.
로버트의 라이벌인 앨프리드 보든이다.
무대 위에 있던 로버트는 무대 바닥의 비밀통로를 통해 무대 밑의 물탱크로 떨어진다.
그러나 로버트가 물탱크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앨프리드가 보는 앞에서 익사한다.
라이벌 관계임을 누구나 다 아는 터라 앨프리드는 즉석에서 살인죄로 구속된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는 이 둘이 함께 사이 좋게 일하던 과거로 돌아간다.
물탱크로부터 탈출 묘기쇼를 보여주던 중 앨프리드의 실험적인 시도가 잘못돼 로버트의 아내가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때부터 이 둘의 사이는 원수처럼 변하고 마술쇼계의 1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처절한 경쟁이 시작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출세작 <메멘토> 만큼 복잡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도 시간 배경이 다른 몇 개의 사건이 교차해서 전개되기 때문에 다소의 집중을 해야 스토리를 혼동 없이 따라갈 수 있다.
거기에 더하여 극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미리부터 반전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오히려 스릴이 반감될 수 있으니, 그런 사전 정보는 무시하고 영화에 몰입하는 것이 현명한 감상이 될 것이다.
라스 베가스에 가면 항상 마술쇼가 몇 개씩 공연되고 있는데 하일라이트가 공간이동과 탈출 묘기다.
이 영화로부터 약간의 트릭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어차피 마술은 트릭이란 걸 알면서도 즐기는 것이기에 이 영화를 통해 약간의 비밀을 눈치 채게 되더라도 현장 마술쇼를 보는 즐거움이 반감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영화의 출연진이 또한 볼거리다.
두 주인공을 <엑스맨> 의 휴 잭맨과 <배트맨 비긴즈> 의 크리스찬 베일이 맡아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보여준다.
그들의 스승 격인 마술 장치 고안자 커터 역은 아카데미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마이클 케인, 그리고 조수로서 두 주인공 사이를 오가는 빅토리아 역을 ‘21세기의 마릴린 몬로’라 칭해지는 스칼렛 요한슨이 맡고 있으며, 전기 관련 발명가로서 에디슨과 쌍벽을 이뤘던 크로아티아 출신 니콜라 테슬라 역을 록가수 데이빗 보위가 맡았다.
토마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 같은 실존 인물의 실명까지 등장시켜 영화에 사실감을 부여하려 애쓴 데 비해 테슬라가 발명한 전기장치의 기능하는 바는 이 영화를 판타지, 또는 SF 영화로 취급받게 만든다.
참고로, ‘프레스티지(prestige)’는 사전적 원의가 위신, 명성, 감화력 등이지만, 여기선 ‘마술사가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 선보이는 트릭’이란 뜻으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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