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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세이]오명호 CVE이사

대마불사(大馬不死)



바둑을 두어본 사람이라면 대마는 잘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두 집만 나면 사는 것이 바둑이라는 게임 방식이므로 바둑판 천지에 두 집내고 살지 못할까 하는 얘기가 바로 대마는 불사라는 얘기다.

이 이론을 기업에 적용시켜 보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사람이 태어나서 늙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듯이 기업도 수명이 있다. 진시황이 그렇게 애타게 찾아 헤매던 불로초를 먹고 영생하는 기업은 없다. 기업도 수명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보통의 사람들은 기업은 영원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고용인원이나 매출액 규모가 크고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몫이 클수록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물론 그렇게 많은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 하루 아침에 망한다면 그에 따른 경제적 후유증이 대단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해서 살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클라이슬러라는 미국 자동차 회사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냉혹하다. 시장이 냉혹하다는 얘기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규모가 아무리 커도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의 원리이다.

만약 미국의 자존심이며 뉴욕 월가의 대표적 다국적 금융회사인 시티그룹이 망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미국으로서는 상상하기 조차 싫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10월부터 시티은행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수십억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지만 그 금액도 모자라 추가로 80억달러에서 많게는 110억달러까지 다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추가 적립으로 시티 그룹의 부실 대출 손실을 정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심각성이 있다. 향후 수십억달러의 대손충당금을 또다시 적립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7개 도시 국가의 연합인 아랍 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가 소유하고 있는 소버린 펀드가 75억달러를 투자해서 4.9%의 시티그룹 지분을 매입한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중동의 오일머니가 미국의 항만청을 인수하려고 시도했을 때 미국의 의회가 나서 반대하여 결국 인수는 무산되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른가 보다. 의회가 반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적극 옹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뉴욕과 런던은 아직까지 세계 금융의 중심지다. 이 지위를 뺏길 수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는 것 같다. 한편 오일국가들의 입장으로 보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를 넘나들지만 원유 판매대전으로 받는 달러의 구매력이 예전하고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하면 달러의 평가절하로 계속 손해를 볼 수 없으므로 실물자산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티은행에 예금으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 시티은행 주식을 사자는 얘기다.

이번 아부다비의 4.9% 지분인수와 사우디 왕자인 알 왈리드의 5%지분까지 합치면 중동의 오일머니가 시티그룹 지분의 10%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금융 중심지인 월가의 상징 시티그룹이 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는 수익을 내지 못하면 퇴출 당할 수밖에 없다. 이 두 주장 사이의 접점은 없을까.

원래 대마불사는 'Too big to fail'라는 국제 금융 용어다. 은행이 규모도 클 뿐 아니라 파산할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이 크므로 쉽게 파산시킬 수 는 없다는 사실에서 유래하였다.

그러나 경제논리 측면에서 보면 '대마불사'는 있을 수 없다. 만약 있다면 기업주가 마음대로 기업을 운영하여 파산하더라도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기업을 회생시키므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사 모든 일이 경제논리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은 진리지만 가끔은 인간이 만든 댐 속에 갇혀 있기도 한다. 그러나 공룡이 이 지구상에서 멸망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가지 학설이 있지만 결과는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자연의 순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

시티그룹이 공룡처럼 거대한 무적의 금융그룹이지만 사라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공룡이 멸망하고 영원히 사라졌듯이 대기업도 스스로 조직관리를 잘 하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Too big to manage'라는 정부조직과 대기업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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