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WBC 공인구 왜 이래? 공 안 긁혀 '속 긁는' 투수들

가볍고 미끄러운 메이저리그 공
KBO 공과 달리 겉 표면 미끄럽고
실밥 덜 도드라져 채는 느낌 덜해
한국팀 투수 8명 사용 경험 없어

장원준, 세게 쥐다 손가락 상처도
매 경기가 중요한 단기전 변수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미국의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대회다. 공인구 역시 MLB에서 쓰는 공과 동일한 제품이다.

미국의 롤링스사가 제작한 이 공은 작고 가볍다. 국제 규격(둘레 22.9~23.5㎝, 무게141.7g~148.8g)에 맞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겉 표면이 미끄러운 편이다. 공을 감고있는 실밥이 덜 도드라져 손에 채는 느낌이 덜한 게 특징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러빙 머드(rubbing mud)라는 특수 진흙을 공에 바른 뒤 사용한다.

 한국 대표팀 투수들은 생소한 이 공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KBO리그에서는 그동안 각 구단이 정한 공을 사용하다 지난해부터 스카이라인이 제조한 동일 규격의 공인구를 사용하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나 2015년 프리미어12 때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쓰는 미즈노 제품을 사용했다. 이 공은 KBO리그 공인구와 사양이 비슷해 적응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투수들이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김인식(70) 대표팀 감독은 지난 2일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와 연습경기를 치른 뒤 "투수들이 이제 한 달 가까이 대표팀에서 훈련을 했기 때문에 공인구가 손에 익을 때도 됐다. 하지만 여전히 공이 미끄럽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투수들이 적지 않다"며 "이전 대회(1·2회 WBC) 때는 쉽게 적응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경기에선 투수들의 공이 대체로 조금씩 높았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공인구에 비교적 쉽게 적응하는 편이다. 타고난 악력으로 공을 찍어 누르는 오승환(세인트루이스)처럼 WBC 공인구를 오히려 편하게 느끼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태극마크를 처음 단 선수들이 많다. 13명의 투수 엔트리 가운데 WBC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선수는 오승환·박희수(SK)·차우찬(LG)·임창용(KIA)·장원준(두산) 등 5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월 예비소집 때 WBC 공인구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미리 공을 지급했다.

 투수들의 손가락은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포심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 커브 등과 같이 실밥을 손가락에 걸쳐 잡아채는 구종 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투심, 체인지업 구사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표팀 에이스 장원준은 일본 전지훈련 기간(2월12~23일) 가진 불펜 피칭 도중 왼 손가락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장원준은 "공이 미끄러워 평소보다 공을 세게 쥐고 던지다보니 상처가 났다"고 설명했다. 선발 투수인 양현종(KIA)은 두 차례 평가전(요코하마, 쿠바) 등판에서 변화구 제구에 애를 먹었다. 그는 "공이 손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확신을 갖고 던져야 하는데 불안한 기분으로 던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우규민(삼성)은 전지훈련 기간 "(공이 미끄러워) 집중이 더 잘된다. 오히려 공 움직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실전 투구 이후에는 "변화구는 그런대로 던질 수 있는데, 직구는 시원하게 채는 느낌이 없다. 타자와 싸우는 게 아니라 공과 싸우는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김원 기자 [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