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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 만두…그 푸짐한 맛, 박유미씨 '손맛요리'

꿩 고기 대신 간 쇠고기+간 돼지고기 김치·당면·부추·숙주·두부 '속이 푸짐'

황해도 왕만두를 빚기 위해 품앗이에 나선 친구들. 사진왼쪽부터 전선영씨, 최혜선씨, 박유미씨, 송경자씨.

황해도 왕만두를 빚기 위해 품앗이에 나선 친구들. 사진왼쪽부터 전선영씨, 최혜선씨, 박유미씨, 송경자씨.

설을 앞둔 이 맘 때면 박유미(42.주부)씨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만두를 빚던 정겨운 추억을 떠올린다.

그녀의 친정 집은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이었다. 삼촌들도 한 집에 살았기 때문에 늘 집안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복작댔었다. 장남인 그녀의 아버지는 어려서 고향 황해도를 떠나 남쪽으로 넘어왔다. 어머니 또한 같은 황해도 사람이라 설 준비는 만두를 빚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북쪽 지방에서는 설날에 떡국보다 만둣국을 많이 먹었다. 조상들은 떡국 한 그릇에 무병장수의 기원을 담았고 만둣국에는 '복을 싸서 먹는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한 해 내내 복이 함께하기를 소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친척 어르신들은 만두를 빚고 맛보며 실향의 아픔을 달랬던 것 같아요. 동그랗게 모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 꽃을 피워가며 빚은 만두는 친지와 이웃들을 강하게 엮어주는 매개체였던 셈이죠."

이리저리 치대 가며 차지게 밀가루를 반죽해 다듬이 방망이로 밀어 널찍하게 편 후 주전자 뚜껑으로 콕콕 찍어내면 끝이 매끈하고 동그란 만두피가 만들어졌다. 때로 어머니는 밀가루를 긴 막대 모양으로 반죽한 다음 알맞은 크기로 떼어내 동그랗게 밀어 만두피를 만들기도 했다.

"그때는 그 밀가루 반죽이 왜 그렇게 갖고 싶었는지 몰라요. 여러 형태와 모양으로 바꿀 수 있는 부드러운 질감의 반죽은 어린 시절 최고의 장난감이었죠. 장난감이 그렇게 많은 데 제가 반죽을 하고 있으면 딸아이도 반죽을 떼어달라고 졸라요."

만두를 빚고 나면 일단 찜통에 쪄낸다. 찜통에서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김이 유리창을 뽀얗게 만들면 어린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며 놀기도 했다. 만두를 쪄 채반에 올리면 식구들은 급한 마음에 젓가락 들 틈도 없이 입으로 가져간다. 서너 차례 만두를 쪄내고 함께 빚던 식구들의 배가 차야 그때부터 상 위에 차곡차곡 만두가 모아지기 시작했다.

어머니 솜씨가 워낙 좋아 친척들은 모두 맛있게 만두를 먹곤 했다. 채반으로 하나 가득 만들어 놓은 만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워낙 대 식구다 보니 만두 하나만 빚어도 잔칫집이 따로 없었다.

박유미씨는 황해도가 고향인 어머니 안숙선(63)씨로부터 직접 황해도식 왕만두 만드는 법을 배웠다.

황해도식 김치 왕만두 만들기

▲재료:
잘 익은 김치 1/2포기짜리 2개, 간 쇠고기 2파운드, 간 돼지고기 2파운드, 당면 1통, 부추 큰 것 1단, 숙주나물 큰 것 1통(800그램), 만두용 두부 2개, 찌개용 단단한 두부 2개, 계란 6개, 다진 파 4단, 다진 마늘 1컵, 생강 1큰술, 참기름 1/2컵, 후추 3큰술, 고춧가루 3큰술, 소금 약간.

▲만두피 반죽하기: 채로 친 상태의 밀가루 1컵, 물 3큰술, 소금 1작은술이 반죽 재료의 비율이다. 박유미씨는 준비한 만두소를 다 소비하려면 이 계량에 4배를 하면 된다. 소금물을 이용해 만두피를 반죽하면 간도 배고 반죽이 더 쫄깃해진다. 밀가루는 여러 번 치대며 반죽해 덩어리 모양을 만들어 젖은 면보로 싸서 30분 이상 숙성시키면 부드러우면서도 얇은 만두피를 만들 수 있다.
색깔 있는 만두피를 만들려면 녹색 시금치 퓨레, 빨강 피망 퓨레, 주황색 당근 퓨레, 노란색 치자물이나 단호박 퓨레를 물과 섞어 물 계량에 맞춰 반죽한다.

▲만두소 만들기: 김치는 잘 익은 것으로 송송 썰어 물기를 꼭 짠다. 숙주는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 식힌 후 물기를 꼭 짜 송송 썰어둔다. 두부는 덩어리 상태로 면보에 싸서 물기를 짠 후 도마 위에 놓고 적당한 두께로 썰어 눕혀놓고 칼의 옆면을 이용해 위에서 힘껏 누르면서 으깬 다음 다시 한번 면보에 넣고 싸서 물기를 더 뺀다.
당면은 불려 삶은 후 잘게 썰어 놓는다. 반반씩 준비한 간 쇠고기와 간 돼지고기, 다진 김치, 데쳐 송송 썬 숙주, 삶아 썬 당면, 물기를 짜고 곱게 으깬 두부를 모두 함께 섞는다. 각각의 재료들이 각각 같은 양이면 가장 맛있는 비율이다. 혼합한 만두소 재료에 양념을 넣고 잘 섞는다.

▲만두 빚기: 도마 위에 밀가루를 뿌리고 밀대로 넓고 편편하게 반죽을 밀어 둥근 모양으로 찍는다. 반죽을 가래떡처럼 길게 만들어 일정한 두께로 잘라 다시 얄팍하고 둥근 모양으로 밀어도 된다. 만두피는 가능하면 터지지 않을 정도로 얇게 만드는 것이 좋다. 만두피에 소를 넣고 만두를 빚는다.
직접 반죽했을 때는 손으로 눌러주기만 해도 잘 붙지만 구입한 만두피는 계란물이나 찬물을 만두피 안쪽에 바르고 눌러야 떨어지지 않는다. 소는 터지지 않을 정도로 꽉 차게 넣어 반으로 접은 뒤 꼭꼭 누른다. 다 빚은 만두는 밀가루를 한 번 찍어 쟁반이나 채반에 놓아 바닥에 들어붙는 것을 방지한다.

▲만둣국 끓이기: 일반적으로 만둣국 국물로는 쇠고기 육수를 사용하지만 황해도 식은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담백한 다시 물에 김치국물을 더하고 나머지 간은 소금으로 한다. 건더기를 제거한 맑은 국물에 만두를 넣고 끓인다. 만두가 끓어 위로 떠오르면 다 익은 것. 넓은 그릇에 만두를 담고 국물을 부은 뒤 황백 달걀지단과 그 외 준비한 고명을 얹어낸다.

글 스텔라 박 객원기자

사진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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