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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한글 자모의 이름

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한국어 맞춤법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말이 맞다. 아니 어떤 언어가 문자의 이름부터 어려울까? 한국인 중에도 한글 자모의 이름을 틀리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자모의 이름부터 틀리니 한국어 맞춤법은 시작부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글 자모의 이름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한 번 써 보시라.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될 것이다.

우선 한글 자모의 이름이 왜 현재와 같이 되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세종께서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셨을 당시에는 한글 자모의 이름이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떻게 불렀는지를 알지 못한다. 분명히 이름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자모를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글 창제 당시의 한글 자모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처음 한글 자모의 이름이 나오는 것은 최세진 선생의 훈몽자회(訓蒙字會)라는 책이다. 최세진 선생은 역관이었다. 그래서 한글을 가르치는 책에는 관심이 없었고, 한자를 가르치는 학습서에 관심이 있었다. 훈몽자회라는 책도 아이들에게 가르칠 한자를 모아놓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기존의 천자문 등의 문제를 극복한 획기적인 학습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자를 가르칠 때, 한문을 가르칠 때 심각한 문제가 나타났었다. 그것은 바로 필기를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이 글자가 하늘 천이라고 가르치면 학생들은 따라 읽을 뿐 메모를 할 수가 없었다. 하늘 천이라고 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문장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논어의 구절을 훈장께서 해석하여 주었을 때 이를 필기할 방법이 없었다. 당연히 복습은 불가능했다. 복습할 수 있는 방법은 전부 외우는 길밖에 없었다. 필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험의 방법도 단순했다. 정확히 해석하고 있는지 구두시험을 보는 방법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끝낼 때는 한 권을 모두 암송해야 했다.

최세진 선생은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훈몽자회 책의 앞부분에 한글을 먼저 가르치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훈몽자회에 한글의 이름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한글은 문자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었지만 한문 학습에도 큰 도움을 준 것이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자기 문자인 한자를 배울 때 알파벳을 먼저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필기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에서 한자보다 먼저 배우는 것이 놀랍게도 알파벳이다.

최세진 선생이 한글 자모의 이름을 적을 때 독창적인 아이디어였는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생각이라기보다는 기존의 관례를 따르지 않았을까 추측이 된다. 그런데 한글 자모의 이름은 무엇으로 써야 했을까? 한글을 몰랐기 때문에 다시 한자로 설명을 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자에 없는 소리는 한글의 이름에 쓸 수가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윽, 으+ㄷ, 읏'이었다. 당시에 받침에 소리가 나지 않는 한글자모는 이름을 '지, 치, 키, 티, 피, 히'로만 사용했기 때문에 '윽, 으+ㄷ, 읏' 세 개만 문제가 된 것이다. '은(隱), 을(乙), 음(音), 읍(邑), 응(凝)'은 한자가 있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이름이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 비읍, 시옷, 이응이다. 윽은 비슷한 발음의 한자 역으로 바꾸었고, ' 으+ㄷ, 읏'은 비슷한 발음의 한자마저 없어서 뜻을 가져다 썼다. ' 으+ㄷ'은 당시에 끝을 나타내던 단어 귿[末]으로 대신 썼고, '읏'은 옷[衣]으로 대신 썼다. 지읒, 치읓, 키읔, 티읕, 피읖, 히읗은 나중에 생긴 이름이어서 한자의 발음을 빌려오지 않아도 되었다. 받침의 자음은 모두 원래의 자음을 써야 한다. 즉 키읔의 받침은 키읔을 써야 하는 것이다. '키윽'이라고 하면 안 된다. 티읕도 '티귿'이 아니다. 물론 히읗도 '히응'이라고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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