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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랍비 '나는 황색 얼굴 유대인' 안젤라 워닉 북덜

아버지는 유대인, 어머니는 불자 한인…개종 의식 통해 '반쪽 한인' 상처 이겨내

"넌 유대인처럼 안 생겼는데?"

한인의 피가 섞인 안젤라 워닉 북덜(36.사진)은 왜 자신이 유대인인 지 설명해야 할 때가 많았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 그녀는 유대인의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불자 한인 어머니와 유대인 미국 아버지 밑에서 한국서 태어난 안젤라. 어렸을 때 도미해 쭉 유대교 회당에서 자신의 종교를 지켜왔다. 16세에 랍비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HUC(Hebrew Union College) 최초 아시안 학생으로 졸업했다. 1999년 캔토어(cantor.유대교 의식에서 노래를 이끄는 사람)가 됐고 2년 뒤 랍비가 됐다. 미국내 최초 아시안 랍비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동시에 전문 캔토어 훈련을 받은 최초 랍비라는 기록도 세웠다.

현재 그는 진보적인 개혁 유대교 운동의 중심인 센트랄시나곡(맨해튼)에서 캔토어로 노래로 회중을 이끌고 있다. 의식 중 많은 부분이 노래로 진행되는 유대교에서 캔토어는 랍비만큼 중요한 위치다.

안젤라는 지난 1년 반 동안 코리안 아메리칸 3명을 유대교인으로 개종시켰다. 모두 '반쪽 한인' 안젤라의 얘기를 듣고 찾아와 개종을 부탁했다. 2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노란 얼굴의 유대인

"네 생각은 알겠지만 넌 유대인은 아니야."

안젤라의 유대인 친구는 이스라엘 여행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반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순수한 혈통의 유대인이 아니라는 거절이었다.

"다른 유대인처럼 나도 유대인인데…. 처음에는 굉장히 방어적이었죠."

유대인처럼 안생겼다는 둥 주변의 눈초리가 올라가는 일이 잦아지자 결국 그 놈의 유대인 때려치우기로 했다. 어머니에게 이 소식을 통보하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할 수 있겠니?" 어쨌든 결국 넌 유대인이라는 확인이었다.

안젤라는 그제야 현실을 받아들였다. 결국 자신이 받은 상처는 노란 피부와 불자인 한인 엄마 등을 지워내고 '순수 유대인'으로 인정받으려는 제 살 깎기의 결과였다.

"사실 제가 다른 유대인처럼 100% 유대인이 아니긴 하잖아요."

그리고 개종 의식을 치러냈다. 반쪽 한인인 자신이 유대교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종 의식을 통해 엄마 쪽의 문화를 인정한 셈이 된 거죠."

성별.인종.국적.종교 이슈가 모두 섞인 안젤라에게 항상 '아시안' '노래하는' 랍비 등 여러 가지 수식어가 쫓아다닌다. 본인 스스로도 수많은 정체성 '재료'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너무 한국인스럽다 싶으면 유대인처럼 행동해야 할 것 같고…. 그 사이에서 경쟁을 했죠."

지금은 다 내려놨다. 좀 더 유대인이면 어떻고 한국인이면 어떤가. 결국 안젤라는 안젤라 아닌가.

◇불자 어머니 영향

안젤라의 어머니는 한국의 한 사찰에서 1년간 살았을 정도로 독실한 불자다. 도미한 뒤에는 굉장히 넓은 의미의 불자로 변신했다. 유월절에 유대교 음식 피클인 마로어(maror)가 없자 비슷한 맛의 김치를 대신 놓기도 했었다.

어머니는 유대교 회당에서 히브리어도 배우고 유대 음식도 만들고 회당 성가대에서 노래도 하지만 여전히 불자다.

이런 어머니의 '오픈된 영성'이 아버지의 '순수 유대성'보다 안젤라에게 더 영향을 끼쳤다. 늘 두 세계(한국과 미국 불교와 유대교)에서 최상을 취하면 된다던 '똘레랑스 마인드'가 안젤라의 종교 시각을 넓혔다.

"어릴 때 백인 외 다른 인종이 등장하는 유대교 책이나 포스터를 본 적이 없어요."

안젤라는 '다인종유대교연맹'에서도 일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 유대인들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일을 돕고 있다. 백인.흑인.황인 유대인이 모두 어울리는 대동의 장을 실현하려는 큰 꿈이 숨어있다.

"모든 종교가 빅 이슈를 함께 싸워 나가야 합니다."

안젤라는 어떤 종교이든 종교는 사회의 무너진 것을 고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믿는다. 그가 종교는 액션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욕=조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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