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 스토리] '포도주를 끓인 생명의 물' 꼬냑
배문경
법무법인 김앤배 공동대표변호사·Wine Scholar Guild 정회원
꼬냑은 1936년부터 포도종류, 생산 방법에서부터 숙성까지 엄격한 프랑스 주류법의 통제를 받고 있다. 프랑스 주류법이 정한 꼬냑의 자격요건은 첫째, 90%의 우니브랑크라는 포도품종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구리로 만든 솥에서 2번 증류를 거쳐야 한다. 셋째, 증류는 11월1일~3월31일 사이에 이뤄져야 한다. 넷째, 프랑스 오크통에서 최하 2년을 숙성시켜야 하며 이 오크통은 주로 리무쟁과 트롱쉐에서 만들어진 오크통이어야 한다. 꼬냑에서 멀지않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오크통은 나무가 숨을 쉰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구멍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현대식 꼬냑은 적어도 이 규정에 따라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꼬냑은 과연 언제 탄생했을까? 꼬냑이란 말은 1638년 영국인 루이스 로버츠가 처음 사용했으며, 우니브랑크로 만든 가볍고 거친 화이트와인을 뜻하는 말이었다. 너무 거칠어서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40년 뒤인 1678년 런던 가젯에 '꼬냑 브랜디'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면서 꼬냑이란 말이 대중화됐다. 오늘날처럼 꼬냑 지역의 와인을 증류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은 네덜란드 상인들이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16세기에 꼬냑 지역에서 소금과 나무, 와인을 구입해갔지만, 와인을 보관하기가 너무 힘들어 고안한 방법이 증류를 하는 것이었다. 꼬냑을 현지에서 오드비 드 꼬냑이라고 하듯 오드비는 와인을 끊인 물을 말한다. 와인을 한번 끓였더니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었고, 다시 한번 더 끓였더니 그 맛이 훨씬 깨끗해지고, 우아해졌기 때문에 꼬냑에서 수입한 와인을 두 번 끓이는 현재의 꼬냑이 탄생한 것이다. 브랜디라는 말도 사실은 꼬냑에서 탄생했다. 브랜디라는 말은 네덜란드에서 '불에 탄 와인'을 뜻하는 말로서, 꼬냑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꼬냑이 브랜디의 대명사, 가장 유명한 브랜디 정도가 아니라, 브랜디라는 말을 탄생시킨 원조 브랜디인 셈이다.
꼬냑의 등급은 숙성기간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눠진다. 한인들이 잘 알고 있듯 'VS - VSOP - XO'는 프랑스의 꼬냑 전문가위원회가 규정한 등급이다. VS는 'VERY SPECIAL'이라는 의미로 최소 2년이상 숙성시킨 브랜디를 말하지만 꼬냑 등급 중에는 가장 낮다. VSOP는 'VERY SPECIAL OLD PALE' 또는 'VERY SUPERIOR OLD PALE'로 최소 4년, XO 는 'EXTRA OLD'로 6년 이상 숙성시킨 브랜디다. 우리가 흔히 들어본 나폴레옹 꼬냑에서 '나폴레옹'은 나폴레옹 황제를 뜻하기도 하지만, XO등급을 나폴레옹 급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꼬냑 회사마다 자신들만의 등급을 각각 다른 용어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일부 회사에서 VS급 꼬냑을 쓰리스타, 즉 별 셋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숙성 2년, 4년, 6년이라는 것은 그 등급 최소한의 숙성기간이며, 실제로는 더 오래된 숙성기간을 거친다. 또 내년 4월부터는 규정이 훨씬 까다로워져 XO는 최소 10년의 숙성을 거쳐야만 한다.
꼬냑생산업체는 약 200개에 이른다. 어쩌면 200개가 못되거나 더 넘을 지도 모르지만, 프랑스에서는 대략 200개 업체 정도라고 말한다. 이 중 미국에 수입되는 꼬냑의 90%는 4개 회사의 제품으로 4대천황이라 불리는 것이 바로 크루보아제(Courvoisier), 헤네시(Hennessey), 레미 마틴(Remy Martin), 마르텔(Martell)이다. 이 중 한인들이 가장 많이 접한 이름이 헤네시와 레미 마틴이다. 우리가 흔히 '레미, 레미' 하는 꼬냑이 사실은 레미 마르탱, 영어로는 레미 마틴이다.
크루보아제는 다소 생소하다 느껴질 것이나 이는 나폴레옹 꼬냑이라고 불리는 한인들에게 가장 친근한 꼬냑이다. 크루보아제는 1805년 임마뉴엘 크루보아제가 설립한 회사로, 창업자가 나폴레옹과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나폴레옹 3세에게 코냑을 진상함으로써 나폴레옹 꼬냑이 탄생하게 된다. 요즘 말로 하자면 크루보아제는 '촉이 좀 있는 사람'인 셈이다. 나폴레옹 황제에게 꼬냑을 바침으로써 한 순간에 자신의 꼬냑이 황제의 꼬냑이 된 것이다.
요즘 헤네시하면 바로 루이비통을 떠올리게 된다. 갖가지 럭셔리 사업에 발을 뻗친 루이비통이 와인사업에 뛰어들었고, 헤네시도 인수한 것이다. 헤네시는 1765년 아일랜드 출신 리차드 헤네시가 창업한 회사다. 리차드 헤네시는 '포도주를 끓인 오드비는 바로 생명의 물'이란 유명한 말을 남긴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꼬냑을 이보다 잘 표현한 말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꼬냑의 레전드'라고나 할까. 처음 헤네시는 창업 뒤 백 년간은 소매판매를 하지 않았고 오크통 통째로 팔았다. 그러다가1865년 병으로 만든 꼬냑 판매를 시작했고, 1870년 재빨리 XO등급 표시를 개발한다. '헤네시 XO'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 150년전에 탄생한 것이다.
레미 마틴은 1724년에 설립된 회사로 프랑스 황제 루이 15세가 '뿅'간 와인이다. 1738년 루이 15세는 레미 마틴 꼬냑을 높이 평가, 더 많은 곳에서 포도를 재배할 수 있도록 하는 특권을 부여했다. 레미 마틴도 마케팅에서 절대 경쟁사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1738년 루이 15세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후일 이를 기념해 '레미 마틴 1738 어워드 로얄'을 출시한다. 1937년부터 미국 수출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VSOP급 이상 고급 꼬냑만을 제조하며, 프랑스 정부가 꼬냑 지방의 6개 포도생산지 등급 중 최상급인 그랑드 상파뉴의 증류액이 50%이상 섞인 꼬냑이 전체 생산량의 95%에 달할 정도다. 최고 중 최고를 추구하는 꼬냑인 것이다.
마르텔은 약간은 생소하지만 1715년 설립된 회사로 4개 회사 중 가장 오래된 회사다. 아직도 도제 제도를 통해 양조기술을 전수하고 있으며 60년이상 숙성기간을 거친 마르텔 엑스트라로 유명하다. 생산량이 1년에 120상자로 제한될 정도로, 희소성이 있는 꼬냑이다. 또 50년이상 저장된 마르델 골드 아르젠은 병에 은으로 만든 리본이 디자인돼 있다.
꼬냑은 북한 김정일이 좋아했던 술로도 알려져 있고, 중국에서는 바이안주 다음으로 인기있는 술로 자리잡았다. 중국에도 와인이 보편화 되다보니 희소성이 사라졌고, 꼬냑이 성공의 상징으로 부각되며, 상류층들은 꼬냑만 찾는다는 것이다. 한잔 마시면 바로 취해버릴 것 같은 '포도주를 끓인 물'의 세계로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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