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겨털 이야기

옛날엔 없으면 이상하다 했는데, 요새는 (여자에게) 있으면 안 되는 듯 여겨진다. 겨드랑이 털(이하 겨털)이 본래부터 없으면 일부러 심고 씨 뿌리고 가꾸기도 했다는데 요새는 남김없이 뽑고 또 뽑아 씨를 말린다.

여자 연예인들 가운데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나 굴욕 사진에는 영락없이 겨털 사진이 포함된다. 겨털 굴욕은 남자 스타들도 마찬가지. 어김없이 그들의 겨털에도 대중의 시선이 꽂힌다. 다만 여자보다는 남자의 겨털이 덜 거부감을 주는 듯한데, 매끈하게 다듬어진 남성 스타로서는 ‘옥의 티’로, 호르몬 충만한 남성들은 웃음과 화제의 소재가 된다.

동방신기 팬클럽의 팬픽, 팬 만화에는 멤버들의 ‘겨털’이 팬 웹툰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 보면 겨털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싶다. 유쾌한 웃음이나 과도한 매력은 에너제틱하면 했지 우울이나 침통은 찾을 수 없다. 물론 겨털은 그것 외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풍성하게 가졌다가 매끈하게 다듬어 본 사람은 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유롭고 스무스하게 움직였던 겨(드랑이) 라인이 때때로 녹이 난 펌프처럼 뻑뻑할 때의 거북살스러움을. 역시 우리 몸에 없어도 되는 기관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겨털은 곧 잘 웃음의 소재가 된다. 좀 무지막지하고 추접스러운 인간을 묘사할 때 특히 슈렉 느낌의 남자가 여장을 했을 때 겨드랑이에 수북한 포인트를 준다. 얼굴 정면이 움푹한 그 곳에 묻혀 진한 냄새로 쓰러진다는 내용은 많다. 만화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풍성한 가슴 털 못지않게 겨털은 울끈 불끈한 남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희화화된 모습으로 나온다.

유머 ‘웃지 않는 공주’ 현대 버전에서 굳어있는 공주에게 나타난 것은 레오타드를 입은 남자 무용수다. 그는 춤을 추었고, 팔을 번쩍번쩍 치켜드는 그 모습을 본 공주는 요절 복통한다. 풍성한 겨털을 곱게 땋아 빨간 리본으로 묶은 것.

이제는 웃기거나 불쾌하지만 그것이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매력으로 여겨지던 시대도 있었다. 영화 <색계> 에서 양조위는 ‘그녀’의 드러난 겨털을 나빠하거나 거북해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성의 겨드랑이는 본래 성적 매력의 상징이다. 역한 냄새와 강력한 페로몬의 향은 종이한 장 차이다. 그래서인지 ‘나 오늘 한가해요’ 포즈는 한쪽 팔을 들어 머리 뒤로 넘긴다. 두 팔을 뒤로 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양 겨드랑이를 보여주는 포즈는 이성에게, 특히 남성에게 강한 섹스어필을 하는 자세라고 알려져 있다.

겨털은 진한 생명력의 상징이며 동물적인 감각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진화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데 진화 덜 된 사람으로 여겨져 거기서 동물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일본 성인용 AV가운데는 ‘겨털 매니아’들을 위한 겨털 여인 퍼레이드가 있다. 주인공들은 얼굴도 몸매도 평범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은 반드시 까만 겨털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겨털이 의인화돼 나오는 웹툰도 봤다. 무한의 상상력은 못 하는 게 없으니까.

웃음과 에너지. 거기다 무한한 상상력의 보고도 된다. 겨털은 이토록 하는 일이 많은 중요한 존재다.

이영미는?
만화 스토리 작가, 칼럼니스트. '아색기가' 스토리 작가. '떠 있는 섬의 비밀' 전 6권 스토리 작업. 블로그 만화 관람차 http://blog.naver.com/klavenda 운영. [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