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를 위해 보름밤을 샙니다”
(이사람) SF ‘오퍼니지’ CG 아티스트 홍성환씨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저건 혹시 컴퓨터그래픽(CG)인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면 우리 작업이 그만큼 미흡했다는 소리죠. 영화의 흐름을 끊지 않는 ‘실사’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날카로운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
지난달 개봉, 3억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린 영화 ‘아이언맨’을 비롯, 각종 인기 영화에서 뛰어난 시각 효과(Visual Effect)를 선보이며 급부상하고 있는 기업 오퍼니지(The ORPHANAGE)에서 한 한인 CG 아티스트가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지난 2006년부터 근무를 시작, 최근 입사 2년 만에 초고속 승진, ‘로토 페인트(Roto Paint)’ 작업팀의 슈퍼바이저를 맡게 된 홍성환(33)씨.
오퍼니지는 지난해 ‘판타스틱포’‘캐러비안의 해적’‘슈퍼맨리턴즈’(2006년)‘해리포터’(2005) ‘더데이에프터투마로우’(2004년) 등 굵직굵직한 영화들의 CG를 담당, 최근 루카스 ILM, 소니 이미지워크와 같은 유명 기업들과 같은 메인 스튜디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The Host)’ CG도 오퍼니지의 작품. 유명 한인 CG 아티스트 박재욱씨도 이 곳 출신이다.
‘로토 페인트’란 실사로 촬영한 뒤 필름을 채색하는 작업으로 그의 작업팀은 연속성이 끊기거나 부자연스러운 영화 장면을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보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다리가 끊어진 경우 원래 다리를 지워낸다든가, 배우․제작진의 실수로 같은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소품들이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모두 이들의 작업 목록에 들어간다.
머리카락 한올까지 지워내야 하는 섬세한 작업인 만큼, 3초짜리 장면을 위해 보름가까이 밤샘 작업을 펼치기도 한다.
근무 분위기는 자유스럽지만 매일매일 작업 결과를 보고, 평가받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북가주 한인 CG 아티스트의 메카로 알려진 ‘아카데미오브아트유니버시티(AAU)’ 출신인 홍씨는 “헐리우드 영화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내 이름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CG 아티스트의 꿈을 키웠다”며 “처음엔 동경의 대상이었던 오퍼니지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2주 계약 인턴으로 시작, 매번 마감 시일보다 빨리 작업을 마치기 위해 몇일 밤을 샜는지 모른다.
인턴에게 주어지는 쉬운 업무들을 시일 안에 끝내지 못하면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을 맡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2~3개월이 지나자 회사내 누구도 아무도 그를 인턴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가 처음 크레딧을 올린 영화는 다름 아닌 ‘괴물’이다.
당시 한국측 제작사인 청어람과 연락, 한국어 통역일을 맡기도 했었다.
‘아이언맨’은 그가 슈퍼바이저가 된 후 처음 담당했던 영화다.
최근에는 중국 영화 ‘적벽대전’의 CG 작업을 마쳤다.
그는 “박재욱 선배 등 AAU의 한인 비쥬얼이펙트 모임 선배들이 이끌어줬던 것이 그동안 버티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됐다”며 “나 역시 후배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선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한국에도 솜씨 좋은 CG 아티스트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쥬얼이펙트의 최종 퀄리티를 좌우하는 우수한 아트 디렉터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최근 작고한 비주얼 이펙트계의 거장 스탠 윈스턴과 같은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탠 윈스턴은 에얼리언․터미네이터2․쥬라기공원․베트맨 등의 비쥬얼 이펙트를 담당했다.
▷연락:[email protected].
송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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