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16] '드로잉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
화가 김송이
김송이는 2004년 뉴욕 한국문화원 갤러리코리아가 선정한 ‘뉴욕의 젊은 한국작가 20’에 뽑혔고, 이듬해 한국의 서울 예술의 전당서 개최된 ‘해외 청년작가전’에 초대됐다.
뉴욕과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고 그 밖에 캐나다와 브라질, 쿠바 등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의 주된 분야는 드로잉(drawing)이다. 김송이는 2000년을 전후해 비디오 작품들을 만들고 발표했다. 사람의 얼굴 등을 이용한 비디오 작품은 독특한 예술적 감성과 비디오라는 현대적 매체를 훌륭히 소화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김송이의 관심사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옮겨지고 있다. 김송이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잘 드러내는 드로잉에 몰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자화상과 같은 드로잉을 그린다. 김송이의 드로잉에는 종이 위에 수용성 매체인 잉크, 흑연, 크레용, 찻물 등이 어우러지면서 번지기도 하고, 중첩되기도 하고, 때로는 물이 흐르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림에 따라 여러 명의 군중이 모인 모습, 사람의 얼굴, 집과 아파트는 물론 도시락과 꽃 등 일상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김송이의 드로잉은 단순한 색감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방한 소재와 사용하는 매체를 흐리고, 흘리고, 중첩하는 다양한 표현이 합쳐지면서 화면 전체에서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느낌을 뿜어 낸다. 흑백에 가까운 단순한 드로잉으로 이처럼 폭넓은 표현력을 구사하는 것은 김송이 그림의 특징 중 하나다.
김송이는 이러한 드로잉을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나는 드로잉 안에 생활과 시간의 흐름, 기억 등의 무상함을 그리고 싶다. 그러나 나의 그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헛됨과 반대되는 오래되고 영원한 것과 그 헛됨이 어떤 관계를 갖고 있고 또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가를 추구한다.”
김송이는 이러한 그의 드로잉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김송이는 특히 자신의 예술론에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중요한 방점을 찍는다.
“나의 모든 그림은 습작이고 과정이다. 지금 그리는 그림 한 장은 다음에 그리는 어떤 그림의 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빈 종이를 대면하는 공포와 방금, 그리고 완성한 그림에 대한 좌절을 감내하게 한다.”
곧 김송이는 노동과 창작의 고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드로잉 작품을 통해 덧 없고 무상함을 극복하는 새로운 세계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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