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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자비와 은혜의 성소(聖召)' 브롱스 세인트 루시 성당 성모 동굴

프랑스 성모상 본따 1939년 세운 '아메리카 성지'…기적 믿고 찾는 발길 이어져

1858년 프랑스 남부 도시, 루르드의 마사비엘 동굴. 14살 난 시골 소녀 베르나데트 수비루는 성스러운 체험을 했다.

자비의 성모가 자신에게 모습을 나타낸 것.

한 번도 아니고 18차례나 수비루에게만 나타난 성모는 “나는 원죄 없이 잉태된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성모의 특별한 은혜를 입은 수비루는 이후 성인이 됐다.

마사비엘 동굴에서는 발현 이후 샘물이 솟아났는데, 그 물을 마시고 몸에 뿌리면 아픈 자가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후 세계 곳곳에서 기적의 샘물을 찾는 이들이 루르드 성지를 방문하고 있다.

올해는 루르드 성모 발현(發現) 15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루르드 성모 성지를 직접 방문한다. 교황은 성인 수비루의 생가와 그 곳에 지어진 성당, 성모가 나타난 마사비엘 동굴을 찾는다. 14일에는 루르드 성모 발현 150주년 기념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150년 이후에도 여전히 흐르는 기적의 샘물이 미국에서도 솟아난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뉴욕 브롱스에 있다.

◇아메리카 루르드 성모

루르드 성모상은 미국에 단 두 곳 있다. 브롱스 세인트 루시 성당과 뉴멕시코주에 있는 치마요 성당. 규모면에서 브롱스가 더 크다. 미국에 있다고 해서 ‘아메리카 루르드 성모’라고도 불린다.

브롱스 세인트 루시 성당에 있는 루르드 성모상(Our Lady of Lourdes)은 프랑스에 있는 오리지널 루르드 성모상을 본따 1939년 5월 30일 세워졌다. 기적은 성모 동굴(grotto)이 세워진 후 바로 시작됐다.

주간지 타임은 1939년 7월 24일자 ‘브롱스의 미라클’ 기사에서 성수를 마시고 기적처럼 발이 나은 안소니 제라시를 보도했다. 제라시는 기적의 성수를 마시고, 조용히 기도를 올렸더니 온 몸이 “바늘로 찔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목발을 짚고 있던 제라시는 신을 벗고, 목발을 던지고, 성수가 흐르는 곳에 들어가 위 아래로 뛰면서 “믿을 수 있어! 믿을 수 있어!”라고 소리질렀다. 지금까지 이런 기적을 체험한 증언들이 수두룩하다.

브롱스 자매 성지가 이 정도이니 오리지널 루르드 성지에서 일어나는 기적은 다 헤아릴 수 없다. 1866년부터 발간되는 ‘루르드 연보’에 따르면 1905년까지만 모두 2000여 건에 달하는 기적 치유 사실들이 증명됐다.

◇아픈 자들의 끊임없는 발길

“자비하신 루르드 성모님께 비나이다.”

기적을 믿는 이들의 발길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히스패닉과 흑인들이 대부분인 조용한 동네에 매일 마음과 몸이 아픈 자들이 모여든다. 루르드 성모의 은혜를 구하는 발길이다.

지난 3일 이곳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성모상 동굴 앞에서는 성수를 받아 마시고, 성수에 적신 손으로 성호를 긋는 사람들이 많았다. 목이나 발 등 자신이 아픈 곳에 성수를 뿌리고, 머리 전체를 성수로 적시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끊임없이 기도문을 외웠다.

미리 준비한 물병에 성수를 담아가거나, 성당 안에 작은 기념품 점에서 병을 구입해 성수를 담는 손길도 눈에 띄었다. 성모상 동굴 뒷편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 성경을 읽거나 기도문을 읽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교인은 루르드 성모상 바로 앞에서 무릎을 꿇고 두손을 벌린 채 기도했다.

각자가 처한 어려움과 질병은 다르겠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루르드 성모의 자비를 구하고 믿는 듯한 모습이었다. 매주 이같은 심정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2만5000명에 이른다.

성모상 밑에 흐르는 기적의 성수는 처음에는 지하수였지만 곧 말라버려 수돗물로 대체했다. 하지만 기적을 이루는 것은 수돗물이나 지하수가 아니다. 루르드 성모의 기적을 체험하려고 몰려드는 순례자들에게 중요한 것도 물의 종류가 아니다.

그들은 성모상 밑에서 절대 마르지 않고 계속 흐르는 자비와 은혜를 기대하고 오지 않았을까. 여전히 전쟁과 기아, 상처와 실망으로 낙심하고 있지만 성수만은 계속 그 자리에서 솟아나고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그들을 치료하는 성수는 아닐까.

■루르드 성모는…

오리지널 루르드 성모는 프랑스 남부 도시, 루르드에 있다. 성모 마리아가 이곳에서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총 18번 발현했다. 성모의 모습을 목격한 것은 당시 14세 소녀였던 베르나데트 수비루 뿐이었다.

성모가 모습을 나타낸 곳에 샘물이 솟아났는데, 이 물로 목욕을 하면 질병이 치유되는 신체적 기적 뿐 아니라 회개와 은총을 체험하는 신앙적 기적도 일어났다고 알려진다.

가톨릭 교회는 1862년 이 발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발현한 성모 마리아를 기념해 성당을 건립했다. 또 2월 11일을 루르드 성모 축일로 제정했다.

루르드는 인구 1만5000여명이 사는 소도시지만, 매년 약 500만명의 성지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 됐다.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3과 2004년 두 차례 이 곳을 방문했다.

조진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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