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민의 영화리뷰] 영웅에겐 '평범한 과거' 가 있었다
동사서독 리덕스(Ashes of time Redux)
당대 홍콩권 최고의 스타였던 장국영을 비롯 임청하 장만옥 양가휘 장학우 유가령 양채니 등 화려한 배역진을 토대로 황량한 중국 중부 사막에서 제작했다.
사막의 주막에 은거하는 구양봉(장국영)은 현상금 사냥꾼들을 고용해 암살을 사주하는 중개인이다. 젊은 시절 사랑에 실패한 그는 몰인정하고 냉소적인 사람으로 변한다. 구양봉의 주막은 상처받은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안식처다.
옛사랑이자 자신의 형수이기도 한 그녀의 죽음을 전해들은 구양봉은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고독과 슬픔의 근원을 찾기 시작한다.
왕가위 감독은 '동사서독'을 통해 강호의 의리 혹은 배신만 강조하는 종래의 무술영화의 틀은 벗고 색다른 시도를 하려 했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을 영웅으로 그리기 보다는 그들이 영웅이 되기 전 평범한 사람이었을 때를 조명하려 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시도는 참패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왕감독은 자신의 회사 제트톤의 첫 번째 작품이자 당시 관객의 외면을 받으며 창고에 처박혀 있는 그 천덕꾸러기의 먼지를 털고 복원과 재편집 과정을 통해 원래의 자신의 의도를 부활시켰다.
그러나 타 영화의 감독판(Director's Cut)처럼 삭제 장면이 십몇분씩 추가되고 스토리에 변화를 주거나 숨겨진 비밀을 풀어낸 것은 아니다.
다만 도입부에 약간 새로운 장면이 추가되고 이야기 마다 백로 입춘 등 계절에 어울리는 절기의 소제목이 첨가되면서 순환의 의미를 덧붙였다.
다만 오리지널 동사서독의 팬이라면 영화의 엔딩이 구양봉의 화려한 액션으로 마무리 되는 것에 수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드디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황준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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