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맥으로 본 세상] 모병급자(母病及子)···엄마들이여, 힘내시라
이원영/논설위원
위암 말기였다. 1년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것이다. 파도처럼 지나가 버린 10년의 세월 그 동안 딸은 훌쩍 커 있었다. 엄마는 죽기 전에 딸에게 사랑의 마음과 함께 그 동안의 미안함을 전하고 싶었다.
엄마는 한국의 모 방송국에서 하고 있는 '인터뷰 게임'이라는 프로그램에 자신의 사정을 얘기했다. 이 프로는 가슴 속에 담고 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 그리고 상대방에게서 듣고 싶었던 진심어린 말을 방송의 힘을 빌려 담아내는 프로다.
엄마는 드디어 딸과 함께 석모도란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엄마가 조금 아프다는 정도만 알고 있는 딸 과연 엄마는 딸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이 장면을 지켜 보던 패널들은 "어떡해…"라며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냈다.
모녀의 대화가 가슴을 친다.
"엄마는 이제 병 고치러 산 속에 들어가야 돼. 앞으로 풀만 먹어야 돼."
"풀만 먹으면 동물이 된대."
"가은이는 엄마를 어떻게 생각해?"
"좋은 사람."
"엄마가 가은이 버리고 떠나갔는데도?"
"그래도 우리 엄마니까…."
"엄마가 가은이 사랑하는 거 알지? 그리고 미안해."
"엄마가 뭐가 미안해 엄마 다 나을거지?"
"응…."
엄마는 딸에게 차마 위암에 걸려 1년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모녀의 짧은 여행은 끝난다.
엄마라는 존재 그렇다. "그래도 우리 엄마니까"하는 딸 가은이의 말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딸과 인터뷰 여행을 마치며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딸과의 사랑을 나누면서 내가 죽어서는 안되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절대로 죽지 않을 겁니다."
#몸의 오장육부는 서로 살려주고 서로 억제하는 복잡한 관계로 균형을 잡는다. 간과 심장의 관계를 볼 때 간은 어머니고 심장은 아들.딸이다.
그래서 어머니인 간은 자식 심장에게 끊임없이 기운을 보내고 키워준다. 간이 심장을 살리는 상생(相生)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 간에 병이 들면 어머니로부터 자양분을 받던 심장도 병이 들게 된다. 엄마의 병이 아들.딸에 미치는 것이다. 모병급자(母病及子)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을 살리려면 엄마가 병이 들어선 안된다. 비위를 살리기 위해 심장이 폐를 위해 비위가 신장을 위해 폐가 간을 위해 신장이 튼튼해야 하는 이유다.
얼마 전 탤런트 최진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많은 이들은 그녀에게 남겨진 두 아이들을 떠올렸다. "어떻게 저런 아이들을 남겨두고…" 엄마의 비극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옮겨질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지금 세계 경제를 봐도 그렇다. 어머니 역할을 하던 미국이 병에 걸리니 다른 자식같은 나라들이 연쇄적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어머니가 기력을 차려서 그 기운을 자식에게 주면 자식들은 금세 원기를 되찾는 법이다.
다행히 그래도 믿을 건 아직은 달러 밖에 없다며 너도나도 달러의 젖줄에 매달리는 것을 보면 어머니 미국의 건강은 아직 임종을 맞을 상태는 아닌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세상의 어머니들이여 '엄마가 뿔났다'의 김한자처럼 1년 휴가를 가더라도 병이 나지는 마시길. 10살 난 딸에게 차마 시한부 생명임을 말하지 않고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다졌던 그 엄마처럼 강한 의지만 있으면 우리들을 다 살려낼 수 있다. 세상의 엄마들이여 화이팅.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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