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강 ‘리오 그란데(Rio Grande)’
미국과 멕시코 사이를 거쳐 멕시코 만으로 빠져 나가는 강이 ‘리오 그란데’(Rio Grande)다.미국내 다섯번째 긴 강으로 손꼽히는데, 멕시코에선 ‘리오 브라보’(Rio Bravo)로 불린다. 나바호 인디오들은 ‘투 바아아디’(Tooh Baaadii)로, 아파치 인디오들은 ‘콧소이’(Kotsoi)로 불렀다.
리오 그란데의 시원지는 콜로라도 주 덴버시 인근의 캔비 마운틴(Canby, 13478 ft, 4108 m)이다. 캔비는 거대한 미국 대륙을 동서로 구분지을 만큼 높고 우람하다.
고산에서 흘러내린 눈녹은 물들이 툰드라 호수들을 채우고, 아름답고 영롱한 야생화 숲과 뉴멕시코주의 이름모를 골짜기들을 구비구비 돌아 멕시코 만으로 유입되기까지는 장장 1896 마일(3051km)을 쉼없이 달려야 도달할 수 있다.
1848년부터 리오 그란데 강은 미국과 멕시코 두 나라의 자연스런 경계가 되었다. 강북은 텍사스 주의 ‘엘 빠소’(El Paso)이고, 강남은 멕시코 치와와주의 ‘시우다드 후아레스’(Ciudad Juarez)다.
밀입국 희망자들의 대부분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출신의 라티노들이고, 아시아의 인디아, 파키스탄, 중동인들, 그리고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출신의 난민들로 다양한 인종 그룹을 형성한다.
이렇듯 미국 최남단 멕시코 국경에서는 불법으로 담을 넘으려는 자들과 저들을 발본색원(拔本塞源) 하려는 국경 수비대와의 목숨을 건 추격전이 년중 무휴로 벌어진다.
텍사스 주 바로 아래에 연접한 멕시코 동북부 ‘따마울리빠스’(Tamaulipas) 주의 ‘마따모로소’ 시티는 밀입국 희망자들의 집결지다. 리오 그란데 강을 건너 텍사스 주 휴스턴으로 잠입하는 코스를 택한 전체 밀입국자는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강폭이 넓고 유속이 빠른 그곳엔 식인 악어까지 서식하는 곳으로 맨몸으로 헤엄쳐 도강하기엔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밀입국 알선, 마약운반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꼬요떼’ 마피아들이 자동차 튜브로 만든 고무 보트를 타고 도강하려면 별도의 승선비 300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돈이 넉넉치 않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수영 실력을 과신한채 뛰어들었다간 익사하기 십상이다.
고액의 추가 비용을 내고 ‘살바 비다’(Salva Vida,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채 좁은 보트에 올라타면, 행동대원이 뱃머리에 엎드려 맨 손으로 보트를 저어 강 기슭으로 댄다. 악천후가 심한 날 밤, 국경 수비대의 단속이 느슨해질때면, 밀입국자들의 끊질긴 사투가 더욱 빈번해진다.
야음을 타고 해안을 침투하는 네이비 실(Seal) 승조원처럼, 은밀하고, 조직적이고, 날렵한 시도가 밤새 끊임없이 시도된다.
국경을 감시하는 수비대(CBP)가 가끔씩 발견하는 것은 익사한 시신들이다. 허리춤에 고리를 걸어 끌어낸 무명의 시신은 고무풍선 같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다. 지문과 사진을 촬영한 후 장례 절차도 없이 매장하는 일이 국경 수비대의 또 하나 일과다.
며칠전 보도된 충격적인 사진 한장. 엘살바돌 출신의 오스카 라미레스(25)가 어린 딸을 자신의 티셔츠 안쪽에 넣어 목을 잡게 한 후 아내의 도강을 도우려 리오 그란데에 뛰어 들었다가 급류에 휘말리면서 함께 익사하고 말았다. 죽은 아빠의 목을 꼭 부여잡은 어린 딸의 가녀린 팔이 너무 애처로워 라틴아메리카가 경악했고 애도했다.
국경장벽 건설 추진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반 이민 정책은 선별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가난해서, 배가 고파서, 너무 살벌해서 모국을 떠난 난민들의 미국내 유입은 허락돼야한다.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참 경건은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않게하는 것이다”
환난 당한자들을 억압하고 차별하기보다는 도리어 자비를 베풀어 살길을 열어주는 미국이길 염원한다.
▷도시선교: 703-622-2559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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