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민의 영화리뷰] '난 남편 하나론 부족해'
아내가 결혼했다
감독 : 정윤수
각본 : 송혜진
주연 : 손예진·김주혁
제작 : 쇼박스
장르 : 드라마
등급 : R
그것이 법이고 현실이다. 그런데 주인공 노덕훈(김주혁)은 아내인 주인아(손예진)를 다른 남자와 '이중결혼'을 하도록 방치한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게끔 상황을 만들어 간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영화 속 덕훈은 그리 잘나지 않은 외모에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한국적 정서가 듬뿍 배인 인생관을 지닌 평범한 30대 한국남성이다.
그런데 이 평범한 남자가 여우 중에 상 여우에게 '제대로' 걸렸다. 이 여우의 태생 자체가 '팜므파탈'형 인지 아님 남자의 생리를 철저히 공부하고 분석해 '남자 킬러'로서 거듭 난 것인지 영화는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A급 외모의 소유자로 술과 축구 게임을 즐기고 최고의 요리실력에 남자의 성적 판타지까지 만족시킬 줄 아는 그야말로 뭇 남성의 '드림걸'인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평범남이 분수를 모르고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드림걸을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독식'하려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다른 남자도 사랑하게 됐다'며 남편을 하나 더 가지고 싶다는 이 철없는 드림걸과 이 여자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평범남은 이제 상식을 초월한 그들만의 세상을 창조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뇌리를 맴돈 단어가 하나 있다. '못난놈'. 같은 남자로서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덕훈을 향한 질책이었다.
아무리 극중 그대로의 모습으로 손예진이 눈웃음을 치면서 무시무시한 애교를 떤다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바보천치.
덕훈이 아내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유연애를 지지하는 프리섹스 지지자로 돌아섰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남 주기 아까우니 참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지내면서 사랑이 누군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변명을 자신에게 들이댄다.
그리고 나름대로 아내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삐뚤어진 소유욕에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는 바보라고 얘기하면 여성 인권주의자들과 페미니스트들에게 질타를 당할 것일까. 그러나 무력한 한 남자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현재 엠파크4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황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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