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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레이어웨이 앤젤'

이현상/편집부장

물건값을 치르는 데 ‘레이어웨이(layaway)’란 방법이 있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 예약한 뒤 일부 금액만 먼저 주고 나머지는 일정 기간 나눠 내는 것이다. 돈을 다 내고 나면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당장 돈이 없는 쇼핑객을 대상으로 한 방법이다. 크레딧카드 결제 방식과 다른 점은 이자를 내지 않는 대신 물건을 나중에 받는다는 것이다.

‘레이어웨이’는 대공황 때 처음 등장했다. 당시 소비 심리가 바닥을 치자 소매업체들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아이디어다. 경기가 좋았던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경제 위기가 닥친 올해, 다시 소매업계의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떠올랐다. 여러 백화점들이 연말 쇼핑 시즌을 맞아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 이 방법을 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에 사는 한 할머니가 손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어 백화점에서 ‘레이어웨이’로 옷을 예약했다. 추가로 내야 할 돈은 157달러. 그러나 남편의 사회보장연금 800달러를 받아 렌트 500달러를 내고 300달러로 생활해야 하는 할머니로서는 갚을 길이 막막했다.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백화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누군가 찾아와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그 돈을 대신 내 주고 갔다는 것이다. ‘레이어웨이’로 물건을 산 사람 중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골라 물건값을 대신 치러 주는 이른바 ‘레이어웨이 앤젤(angel)’이었다. 백화점으로 물건을 찾으러 온 할머니는 이름 없는 천사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나타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레이어웨이 앤젤’이 나타나고 있다. 금액으로 미루어 대부분 ‘큰손’ 기부자가 아닌, 조금이나마 가진 것의 일부를 가난한 이웃과 나누려는 평범한 사람들로 추정된다. 그리고 수혜자는 주로 어린 자녀들의 의류나 장난감을 예약한 사람들이다.

‘레이어웨이’의 재등장은 요즘 경기가 얼마나 나쁜지를 반영한다. 대공황 때 유행했던 구매 방법이 다시 등장한 걸 보면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 위기’라는 말이 심하지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레이어웨이 앤젤’과 같은 훈훈한 이야기가 있기에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연말 온정이 줄을 잇는다. 송년 파티 비용을 아껴 기부하는 단체나 헌금을 불우이웃 돕기에 내놓은 교회도 있다. 한결 같이 어려울 때일수록 더 나눠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실업자는 속출하고 자산 가치는 떨어지고…. 지금의 경제 위기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긴 터널도 끝이 있는 법. 희망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터널의 끝도 가까워질 것이다. 훈훈한 나눔의 이야기들은 그 희망을 더욱 넘치게 만든다.

한 ‘레이어웨이 앤젤’은 수혜자에게 이런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당신의 크리스마스 천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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