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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불황을 메친다] ABC 글로벌 USA 조병원 사장

'친환경 세탁 기술력 자신 있다'
엔지니어 출신…기계연구에 열정 쏟아

유대계와 이탈리안이 장악한 미 세탁장비업계에서 승승장구하는 한인 업체가 있다.

뉴저지에 있는 ‘ABC 글로벌 USA(대표 조병원)’는 대체 솔벤트인 하이드로카본을 사용하는 차세대 세탁장비 ‘이지클린(Eazy Clean)’ 개발·생산·판매업체다. ABC 글로벌은 ‘사텍 USA’가 창사 10주년을 맞아 회사 이름을 세계적인 이미지로 바꾼 것이다. ABC는 조병원 사장의 이름(Abraham B. Cho)의 이니셜이기도 하지만 ‘미국 최고의 세탁기계(America’s Best Cleaningmachine)’란 의미도 담고 있다.

전세계 세탁장비 시장은 연간 30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세탁장비업계는 특성상 주문자 상표부착 방식(OEM)이 많기 때문에 특정 회사의 제품이 여러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창사 10년을 맞은 ABC 글로벌의 2009년 매출 목표는 800만달러. 전세계 시장의 26% 장악을 목표로 하는 ABC 글로벌의 미래를 정리했다.

◇앞서가는 기술력=이지클린은 2005년 6월 출시될 당시부터 세탁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들이 그동안 세탁용제로 사용된 퍼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차세대 솔벤트인 하이드로카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이드로카본이 퍼크보다 발화점이 높은데 따른 화재와 폭발 위험성을 극복할 기술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있었다.

ABC 글로벌은 3년에 걸친 기술 개발 끝에 2007년 뉴욕시 빌딩국의 화재 안전규정(Materials and Equipment Acceptance)에 합격했다. MEA는 퍼크와 물세탁 이외에 발화점이 있는 대체 솔벤트를 사용하는 세탁장비의 화재 방지 시스템에 대한 안전 규정이다. 뉴욕시에 설치되는 대체 솔벤트 세탁장비는 반드시 MEA 승인을 받아야 설치할 수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뉴욕시 MEA 승인을 받는데는 ABC 글로벌이 갖고 있는 특허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이지클린은 세탁물 건조시 드럼내 하이드로카본 농도를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7000ppm의 60% 미만으로 유지하는 특허 기술이 적용됐다.

드럼에 하이드로카본 농도 감지기를 설치해 폭발을 방지하고 하이드로카본 저장 탱크를 이중벽으로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또한 저장 탱크 사이의 하이드로카본 이동을 파이프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도록 제작하는 한편 탱크가 샐 경우 하이드로카본의 누출을 한 탱크에 한정되도록 제작한 것.

조병원 사장은 “이지클린은 강화된 미 화재방지 규정(NFPA)에 따라 완벽하게 제작됐다”며 “뉴욕시 빌딩국으로부터 안전한 세탁장비라는 사실을 입증받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나날이 진화하는 이지클린=이지클린은 독일의 최첨단 기술이 결합된 제품이다. ABC 글로벌이 세탁장비 핵심부품을 독점 생산하고 있는 독일 프레지니어스(Fresenius)사와 합작해 만든 작품이 이지클린이다.

1876년 설립된 프레지니어스는 연매출 20억달러, 직원수 5만명이 넘는 다국적 기업이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찾던 프레지니어스는 2005년 7월 세탁장비 진출을 결정했고 사업 파트너로 조 사장을 선택했던 것. 조 사장은 현재 합자 회사의 지분 33%를 갖고 있다.

이지클린은 업계 최초로 모터, 베어링, 구동장치, 증류기 등 주요 부품에 대한 5년 보증제도(Warrenty)를 도입했다. 2007년에는 독일 기술자가 직접 세탁소를 방문해 50여개 업체에 무료 기계 점검과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했다. 보증제도를 시행하는 세탁장비업체는 ABC 글로벌이 유일하다. 그만큼 품질과 애프터 서비스에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인 셈이다.

이지클린 내부에 설치된 컴퓨터와 비디오카메라는 본사와 인터넷으로 연결돼 24시간 감시된다. 부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 보고가 되며 본사에서는 필요한 부품을 우송해 교체 방법 등을 직접 설명하기 때문에 고장으로 인해 세탁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또한 하이드로카본 사용량 등이 자동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세탁인의 최대 고민인 각종 환경법규 위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친환경 세탁장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조 사장은 2007년 ‘오개닉(Organic) 드라이클리닝 시스템’ 상표를 미 특허국에 출원했다.

조 사장은 “오개닉의 의미는 인공 첨가물이 전혀 없는 순수한 자연 상태”라며 “세탁후 의류에 어떤 이물질이나 불순물도 남지 않고 냄새도 없으며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세탁업이 환경오염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친환경 산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마련된 것이다.

◇미국을 넘어 유럽·일본까지 진출=창사 10주년을 맞는 ABC 글로벌은 세계 최고의 친환경 세탁장비 회사를 표방하고 나섰다.

ABC 글로벌은 지난 10여년간 노력 끝에 대체 솔벤트 세탁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앞서가는 기술력은 판매로 이어졌고 창사이래 현재까지 전세계에 약1000여대를 판매했다.

독일, 그리스, 덴마크, 스위스, 이태리 등에 이어 까다롭다는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2008년 12월 일본 동경에서 열린 세탁장비 박람회(Clean Life Vision 21)에도 참석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2008년 5월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세탁박람회(Texcare International 2008)에 조 사장이 강사로 초청됐다. 세계 규모의 세탁장비 박람회에서 한인이 강사로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56년 시작된 프랑크푸르트 세탁박람회는 전세계 세탁장비업체 250여개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4년마다 개최되는 이 박람회는 최근 2년 주기로 독일과 아시아에서 번갈아 열리고 있다.

경제 위기의 여파로 미국 세탁장비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자 ABC 글로벌은 재빨리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일본, 중국, 인도 등 세탁장비의 잠재시장을 적극 개발하는 전략을 세우는 한편 딜러망을 조직하고 있다.

조 사장은 “세계적으로 친환경 세탁장비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환경 규제가 강화될수록 오개닉 세탁법과 대체 솔벤트 세탁기계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 조병원 사장은…

“세탁장비를 교체하려고 해도 은행 융자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유럽과 아시아 시장 진출을 앞당기는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신용 경색과 금융 위기로 불거진 미 경제위기는 세탁업계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세탁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어야 세탁장비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ABC 글로벌의 조병원 사장의 얼굴도 밝지만은 않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것이 조 사장의 설명이다.

조 사장은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다행히 기술력을 인정받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한국조선공사를 거쳐 1977년 뉴욕 ABS(American Bureau of Shipbuilding)사에 입사했다. ABS는 선박 설계및 안전 감리를 담당하는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기업이다.

엔지니어로 잘 나가던 조 사장은 1985년 세탁업에 뛰어들었다. 세탁업의 사업성에 주목했던 조 사장이었지만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세탁기계를 보자 엔지니어의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자신이 세탁업에 종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 사장은 세탁인의 눈높이에 맞는 세탁기계를 고안해 낼 수 있었다. 결국 1999년 독일로 날아가 독일 회사와 세탁기계를 생산해 내기 시작한 것.

조 사장은 뉴저지한인세탁협회 환경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연방의회를 상대로 환경법인 ‘바튼 법안’ 제정 로비를 전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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