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함장과 이지스함 타고 태평양 가다-1] 칠흑 속 헬기 착륙 '손에 진땀 쥐네'
파도 3미터 불어닥쳐도 이착륙 가능
갑판 부착된 RSD가 헬기 하단부 고정
함교·CIC·헬기 통제실 '3박자' 맞아야
한인 첫 구축함 함장 최희동 중령이 지휘하는 미 해군 최신예 이지스함 '채피'가 코발트빛 바다 물살을 가른다
"키 120도 잡아." "키 120도 잡아."
"스피드 7낫트(knot).""스피드 7낫트."
채피의 함교 당직사관이 명령이 내리자 조타병들이 복창하며 신속하게 타를 움직인다. 이지스함 채피의 함교(bridge)는 함정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모든 항해 정보를 한 눈에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곳이다.
이날 기동 훈련은 '바다의 매'라 불리는 SH-60B '시호크(Seahawk)' 헬기를 여러 상황 속에서 이지스함에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훈련 상황이 주어졌다.
최희동 함장은 "함교 당직사관은 헬기가 착륙이 용이하게 맞바람을 받도록 항로를 잡아줘야 하고 동시에 함정의 흔들림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항해해야 한다"며 "헬기 조종사는 어떤 악천후 가운데서도 이착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훈련 의미를 설명했다.
채피함은 파도 높이가 최대 10피트(3m)까지 헬기를 이착륙을 할 수 있다.
오후 10시 함장실. 최희동 함장이 벽면에 걸린 비디오 화면에서 저공 비행을 하고 있는 시호크를 유심히 보고 있다. 헬기는 함정과 높이 1미터를 유지한 채 30분째 날고 있다. 악천후를 대비한 훈련이다. 함미에 설치된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 함장실과 함교 전투정보실 사관실 등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작전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온갖 전투 정보가 한 곳으로 집결돼 '채프함의 두뇌'라 불리는 전투정보센터(CIC)의 가로.세로 2m 크기의 대형 스크린 2대 중 한 대에 헬기 착륙 장면이 비춰진다. 레이더 및 대함 대잠 레이더 콘솔 수십여 대가 배치되고 각종 전자 해도 등이 위치해 고도의 작전 수행이 가능한 곳이다.
칠흑같은 밤에 사방 19미터의 비행 갑판에 헬기가 안전하게 착륙하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갑자기 항로가 바뀌며 배가 한쪽 기운다. 갑판으로 부터 1m 높이에서 고도를 유지하고 있던 헬기가 좌우로 흔들리자 이를 지켜보던 관계자들이 손에 땀을 쥔다.
함미 비행갑판 상부의 헬기 관제탑에서는 여성 통신하사관이 파일럿과 긴급히 교신을 주고 받는다.
함미 갑판에 부착된 RSD(raft securing device)가 움직인다. 이착륙 중에 흔들리는 헬기를 붙잡아 고정시키는 장치다. RSD가 격렬히 움직이던 헬기 하단부를 신속하게 붙잡자 상황이 종료됐다. 안도의 한숨들이 들려온다.
6개월간 장기 출동을 앞두고 있는 채피함은 헬기 조종사들의 임무수행 능력이 필수적이다. 주간.야간.악천후.저속 및 고속 기동 등 모든 상황을 대비해 이착륙 훈련을 한다. 채피함에는 40여명의 여성 승조원이 근무해 전체 300명 가운데 15%를 차지하고 있다.
거의 24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훈련에서 헬기는 수십 차례를 뜨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시호크는 채피의 함미 비행갑판에는 탑재된다. 두 개의 격납고가 있고 함미 갑판을 이용할 경우 총 3대의 헬기를 탑재할 수 있다. 모선으로부터 행동반경 180km인 시호크 헬기는 적 잠수함을 잡는 MK-46 어뢰 3기와 함정 등을 공격할 수 있는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3.5톤의 무기를 실고서 순항속도 시속 270km로 날 수 있다. 아침이 되자 착륙해 있던 시호크의 프로펠러가 다시 돌기 시작한다. 비행 시간이다. 프로펠러 소리가 커질수록 바다에서는 하얀 거품이 일기 시작한다. 수직으로 떠 오른 헬기는 채피함을 한번 선회한 뒤 하늘로 사라진다.
■이지스(Aegis) 전투체계란
이지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말로 제우스 신이 그의 딸인 '전쟁의 신' 아테네에게 준 방패의 이름이다. 메두사의 머리가 달려 있는 이 방패는 눈을 마주친 적을 돌로 바꾸는 힘을 가졌다고 한다. 함대를 지킨다는 원래의 목적과 그리스 신화 속의 방패라는 이미지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전속력 때 기름값, 초당 50불 쓰는 격
채피함이 최고 속력 30낫츠(knots 약 54km/h)로 항해할 경우 마일당 156갤런을 소비한다. 시간당으로는 5672갤런을 쓴다.
금액으로 환산땐 시간당 1만 7186달러를 사용한다. 1초당으로 계산하면 대략 50달러 짜리를 끊임없이 바닷물 속으로 던지는 것과 같은 셈이다.
이지스 구축함의 총 가격은 12억 달러. 종합 무기 방어체계인 '이지스 수트'는 11억 달러로 가장 비싸다.
잠수함 측정 장비 소나체계는 4800만 5인치 대함 사격장치가 450만 달러 프로펠러 개당 150만 달러이 든다. 채피함의 총 비용을 1달러 지폐로 바꾸면 지구 4.74배를 깔 수 있다.
〈하와이 진주만=글.최상태 기자 사진.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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