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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함장과 이지스함 타고 태평양 가다-2] 강하지만 부드럽게···점호 없고 '자율 군기'

태평양 한가운데 수영 시간, 저격병 배치하고 바다 '풍덩'
한번 출동때 기름값 100만불

이틀 째 최희동 중령이 지휘하는 이지스함 '채피'를 타고 하와이 근해를 둥둥 떠다녔다. 이제 좁은 통로와 약간의 배 흔들림도 익숙해졌다.

채피함은 태평양 함대 제11항모 타격단 구축함 전대 소속이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니미츠 항공모함에 배속돼 '니미츠 타격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로 원해 초계지역인 한국과 일본 중국 인근 해역을 담당하고 있어 한번 출동을 나가면 두 달 동안을 바다에 떠 있게 된다.

9000톤급 함정인 채피함을 타고 기동 훈련에 참가한 기자는 승조원의 함상생활이 궁금했다.

사실 함정에는 밤낮이 따로 없다. 장교나 하사관 수병 가릴 것 없이 3교대 또는 4교대로 이뤄지는 근무 시간이 끝나면 자유 시간이다. 낮이라도 근무가 끝나면 간편한 복장을 입고 운동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침상에서 음악을 듣거나 함내 식당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수병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딱딱한 군기에 익숙한 한국 해군 장교 출신인 기자의 눈에는 함내 군기가 느슨하게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는 상관의 지시가 없더라도 철저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한국 해군에 있는 야간 점호가 없다. 침실의 상태와 근무자를 확인하는 점호가 없다. 군대라는 느낌 보다는 직장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14일 오전9시. 적 함정에 침투해 나포작전을 실시하는 기동훈련의 시작이다. 함정에서 내려진 고무보트가 하얀 물살을 일으키며 바다 위를 종행무진으로 움직인다. 고무보트에는 기관총으로 무장한 저격수 7명과 조타수 1명 지휘관 1명 등 총 9명이 탑승했다. 훈련조는 성공적으로 적 함정에 상륙 해적을 나포했다는 성과를 올렸다.

채피함에는 여성 승조원이 약 4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체 인원 300명으로 약 15%를 차지한다.

"여성 승조원들은 계급별로 별도의 구역이 정해져 남자들과 격리된 곳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전혀 불편함 없이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함상 근무를 신청하는 여성 승조원들이 늘고 있죠."

작전관인 네이던 푸게이트 대위가 설명한다.

하와이에서 일본 오사카까지는 보통 7일에서 9일 가량이 걸린다. 이후에도 초계 임무를 위해 장기 항해해야 한다.

어쩌면 지루할 수 있는 항해 기간을 극복할 수 있도록 '스윔 콜(Swim call)'이란 시간이 있다.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서 배를 멈추고 수영을 하는 '레저 타임'이다. 장기간 항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고 여유를 갖기 위한 것이다.

한 번에 20여 명씩 새파란 빛깔의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맘껏 수영을 한다. 이곳은 염도가 높아 수영을 하지 않고도 몸이 둥둥 뜬다고 한다. 수병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안전사고가 날 수 있는 만큼 최희동 함장은 한치의 오차가 없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상어 등이 출몰할 수 있기 때문에 함미 비행갑판 양편에 실탄이 든 저격병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수영 시간에 구조 요원이 아닌 저격병을 배치하는 곳은 해군 뿐이죠. 하하하."

최 함장이 상쾌하게 웃는다.

한번은 채피함이 알래스카로 이동할 때 였다. 배를 멈춘 뒤 수병들이 낚싯대를 드리우자 60~70파운드 짜리 광어가 쉴새없이 올라왔다. 평소 낚시에 익숙하지 않던 최 함장도 이 날 만큼은 25마리를 잡았다. 회를 쳐본 경험이 있는 필리핀계 수병이 날랜 솜씨로 회를 떠 이날 만큼은 사시미로 배 승조원들이 포식을 하기도 했다.

통상 한번 항해 때 부식을 싣고가는 비용은 약 16만 달러 어치가 든다고 한다. 냉동 음식은 21일 건조 식품 45일 우유 15일 계란 10일치가 실린다. 매일 6갤런짜리 우유가 2케이스 30개 들이 달걀 1케이스가 소비된다.

수병 한명당 한끼에 12달러가 책정되는 만큼 웬만한 바깥 식당보다 음식 맛이 좋다. 한번 출동을 위해 채워야 하는 기름값이 약 100만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새삼 그 규모에 놀라게 된다. 세탁실과 다림질을 담당하는 수병이 따로 있다.

통로를 돌아오니 샤워 소리가 들린다.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가 있어 짠 해수를 담수로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병들이 언제든 맘대로 샤워할 수 있고 식수를 싣고 갈 필요가 없다. 함정 갑판으로 나오니 채피함이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항진한다. 하늘이 바다빛 만큼이나 푸르다.

채피함에 탄 한인 승조원 2명 '공짜로 세계 여행 경험 넓히려 지원'
"세계 여러 곳을 마음껏 다니며 경험을 넓힐 수 있어 지원했습니다."
이지스함정 채피함에는 최희동 중령을 제외하고 두 명의 한인 승조원이 타고 있다. 이들은 해군을 지원한 이유로 경제적 이유와 세계 여행을 공짜로 맘껏 다닐 수 있는 점을 꼽았다.
케빈 신(한국명 경수.31) 하사는 전자 장비 테크니션이다. 2007년 5월 해군에 입대해 시카고에서 2개월 동안 기초 훈련을 받은 뒤 1년간에 걸쳐 직무 훈련을 받았다.
서인천고를 졸업한뒤 미국에 온 신 하사는 덴버에서 2년간 비행 정비학교를 마친 뒤 항공경영학을 전공했다. 입대 전에는 델타 항공에서 항공정비사 보조를 했었다. 일단 6년 휴직을 하고 입대를 결심한 데는 4만달러에 달하는 학자금 융자를 해군에서 탕감해 주는 조건이 끌렸기 때문이다.
하와이 헬리콥터 소대에 배치된 신 하사는 이달 중으로 출동 나가는 채피함에 배속됐다. 이번이 첫 항해 경험이다.
"첫 항해라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요. 하지만 긴 항해가 끝나고 일본이나 한국에 가서 여행할 생각을 하면 벌써 가슴이 벅찹니다."
또 다른 한인 승조원은 에런 브루너(22) 수병. 브루너는 미 육군 대구기지로 파견나온 독일계 출신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4년 전 입대한 브루너 수병은 정보 시스템 테크니션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노래를 줄줄 부르는 브루너 수병은 이번 항해가 5번째다. 부모가 살고 있는 진해로 가서 근무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성실한 태도로 주위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한인의 위상을 점차 세워가고 있다.
하와이 진주만=글 최상태 기자, 사진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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