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 일제강점기 영화 7선 - 하] '내선 일체' 정책 선전
코리아소사이어티와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오는 28일부터 2월1일까지 일제강점기 한국 영화제를 연다. 1936년부터 1943년까지 제작됐던 한국영화 7편이 상영된다. 지난 주 ‘미몽’(1936) ‘군용열차’(1938) ‘집없는 천사’(1941)에 이어 나머지 4편을 소개한다.◇ 어화(1939)
인순은 고기잡이 배를 타는 아버지가 풍랑에 휩쓸려 돌아오지 않자 장주사에게 빌린 빚을 갚기위해 첩으로 들어갈 처지에 놓인다. 이를 거부하고 도시로 나간 인순은 기생이 되었다가 삶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한다. 목숨을 구한 인순은 귀향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평화로운 어촌으로 대변되는 자연과 운명의 힘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 인순의 삶을 통해 전통적인 한국 전통 여성상과 신 여성상을 대비한 것이 흥미롭다. 감독은 안철영.
◇ 지원병(1941)
1938년 실시된 일본의 조선인 지원병 제도를 선전하는 어용영화. 내선일체 정책과 군량미 공급을 위한 쌀 증산 계획의 일환인 개간사업에 대한 선전도 삽입되고 있다.
일제에 대한 애국심이 충만한 농부의 아들 춘호, 약혼녀 분옥, 춘호를 사랑하는 지주의 여동생 영애, 그리고 분옥을 사랑하는 춘호 친구 창식이 엮는 4각 멜로 드라마. 그러나 러브 스토리보다는 춘호가 황국신민으로서 전쟁 지원병이 된다는 사실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소원을 통일’을 작사한 안석영이다.(‘어화’와 동시 상영. 1월29일 오후 8시, 2월1일 오후 1시)
◇ 반도의 봄(1941)
영화 ‘춘향전’의 제작 과정을 통해 당시 영화산업과 영화인들의 수모를 반영한 작품. 여주인공은 촬영 도중 하차하고, 제작비는 바닥이 났고, 전주는 외면한다. 제작을 맡은 영일은 공금에 손을 대다가 교도소로 간다. 영화 속의 영화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크레인쇼트로 찍은 장면 등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도 주목거리.
함흥서 태어나 일본 니카츠영화사에서 조감독을 지낸 이병일 감독의 데뷔작. 이 감독은 광복 후 USC에서 영화를 공부한 후 귀국해 ‘시집가는 날’로 아시아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1월28일 오후 6시, 31일 오후 1시)
◇ 조선해협(1943)
일본은 1940년 제작조건과 검열을 대폭 강화하는 조선영화령을 반포했다. 1942년엔 모든 영화사를 관제 영화사 조선영화제작(주)로 통폐합한다. ‘조선해협’은 조선영화제작사의 작품이다.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한 성기는 형이 전사하자 군에 지원한다. 전쟁에서 부상당한 성기와 힘들게 생계를 꾸려가다 홀로 아기를 낳은 후 병으로 죽어가던 아내가 조선해협을 사이에 두고 통화하며 가족간의 화해가 이루어진다. 결국 참전이 곧 가족의 화합과 사랑의 완성이라는 주제를 강조한 선전영화다.
광주에서 태어나 교토의 도시샤대학을 졸업한 박기채 감독의 연출작. 박 감독은 한국전쟁 후 최인규 등 영화인들과 함께 납북됐다.(1월28일 오후 8시, 21일 오후 3시)
▶MoMA: 11 West 53rd St.(212-708-9400) www.moma.org.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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