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히브리어로 평화라는 뜻이다. 평화는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것으로서 자연재해와 전쟁의 참사를 경험한이라면 누구나 부르짖는 외침이다. 이러한 절규가 하늘로 향하지만 인간은 대자연과 전쟁 앞에서는 연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지난 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여러 참사들의 현장들을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볼 기회가 있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파 새해를 맞이하면서 평화를 기원해 본다.
지난 해 우리 지역은 화재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천지가 암흑으로 뒤덮였고 탁한 공기와 공포로 며칠을 보냈다. 집이 불타고 수백년간 내려온 귀중한 가보가 소실되며 재산 피해를 본 이들.
그런가 하면 5.2도의 지진으로도 순간적이었지만 죽음의 공포를 느낀 이들은 누구나 "한 방울의 물방울도 인간을 압사할 수 있다"라고 한 파스칼의 그 명언을 실감나게 체험했으리라. 파키스탄의 무장 단체 소속 군인들이 박격포 발사대 앞에서 죽어있는 사진도 놀라게 한다.
또한 저 멀리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민족 분쟁으로 인해 활을 맞은 청년의 머리에 꽂혀있는 화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시 확장을 위해 원주민을 강제로 추방하자 쫓겨나지 않으려고 항의하는 여성. 홀몸이 아니라 아이를 품에 안고 무장 경찰과 대치하지만 밀려날 수밖에 없는 그 처절한 울부짖음은 내 마음을 무척이나 아프게 한다.
죽이고 죽는 전쟁. 적군을 죽여야 우리가 이기는 전장에서 바위 뒤에 숨어 필사적인 대치로 총을 쏘고 기회를 엿보는 군인들의 모습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저것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기원 전 2000년 경 하느님의 강한 부르심을 받은 아브라함은 고향을 떠나 정처없이 방랑의 길을 걸었으나 그 길은 전능하신 분에 의해 인도되는 부르심의 길이었다. 관대했던 아브라함은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냈지만 그의 후손들은 그렇지 못하고 갈등을 빚었다.
그들은 다윗과 그의 아들 솔로몬의 통치 하에서 얼마간 평화와 안정을 누린 것 외에는 거의 모든 세대에 걸쳐 역경과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한 마디로 강대국들의 침략으로 인한 고난의 역사여서 그들이 원하던 샬롬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실망하지 않고 메시아 시대를 꿈꾸었고 그분이 오시면 주변 강대국들을 모두 물리치고 다윗과 솔로몬이 구가하던 강력한 국가와 평화의 시대가 오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언자들의 가르침은 그들에게 꿈이 아니라 언젠가는 이루어질 현실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전쟁이 없는 진정한 평화 그리하여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염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라고 한 예언자 이사야의 말씀(116-9)을 큰 희망으로 삼고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험악한 곳 중의 하나는 바로 그 나라이며 그들이 염원하던 평화의 땅은 전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들은 하마스를 무차별 공격하면서도 샬롬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온 세상이 그들을 질책해도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하늘로부터 특별히 뽑힌 백성이라고 자부하는 그들과 갈등 중에 있는 나라들이 진정한 평화를 이룰 날은 과연 언제일까? 중동에 평화가 오는 그날은 지구촌의 대부분이 평화로워질 것이다.
사람들이 이기심에서 해방되고 지도자들이 지혜를 모아 진정으로 평화를 갈구하는 그날이 하루 빨리 도래하기를 염원하면서 기축년 첫날 '평화의 주인님'께 물어보고 간구해본다.
# 090203_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