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에서는 '10'이라는 숫자가 쓰여있고 건널목에서는 '25'라고 쓰여 있습니다. 대부분의 도로에는 '45'내지는 '50'이라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조금 숫자가 올라갑니다. '65' '70' 그리고 '75'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 기분을 내도 좋다는 고속주행 허가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그 숫자가 기록되어 있는 도로 위를 달릴 때면 마치 그 숫자가 자신의 운명인양 자동차의 속도를 표시판의 눈금에 똑같이 맞춥니다.
여러 숫자들 중에서 제 눈에 가장 선명하게 들어오는 것은 항상 '45'입니다. 그 '45'라는 숫자가 문신된 도로 위를 주행할 때면 항상 내 인생의 속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 45를 넘어 47~48로 달리고 있구나!"
혼잣말로 머리도리질을 치며 씁쓸한 입맛을 다십니다. 이제는 제법 속도의 비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칫 한 눈 팔다가는 딴 데 들이받기 십상입니다.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많은 장면들을 놓쳐 버리기도 일쑤입니다.
10마일 20마일로 달릴 때는 "나도 얼른 40마일로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조금 빠른 듯해서 천천히 속도를 늦추어 보지만 뒤에 오는 차들 때문에 그럴 수도 없습니다.
시편 90편에서 모세는 이런 고백을 합니다.
"인생이 70이요 강건하더라도 80입니다!" (The length of our days is seventy years or eighty if we have the strength). 만약 제가 달릴 수 있는 인생의 종착역 최고 속도는 얼마일까요? '70'이라고 하면 젊은 목사가 입방정 떤다고 할 것 같고 그렇다고 '80'이라고 한다면 이 세상에 욕심이 너무 많다고 할까봐 그 중간의 숫자 '75'에 저의 최고 속도를 설정해 봅니다.
그렇다면 이제 제가 더 보탤 수 있는 속력은 얼추 30마일 정도입니다. 해마다 1마일씩 속도를 높여가다 보면 언젠가는 너무 빨라서 저도 차에서 내리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한번은 우리교회의 어떤 권사님이 "목사님은 47마일이라 좋겠습니다. 우리는 주행 속도가 80마일을 넘어서 이제는 어지럽습니다"하고 농담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목사님! 사람이 나이가 들면 왜 치매가 생기는지 아세요?" 권사님의 치기 어린 질문에 모른다고 답변을 했더니 신이 나서 말씀하셨습니다.
"달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신을 놔서 그렇습니다!" 멋쩍게 웃고 말았지만 언제고 저도 그런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런데 참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몇 마일로 달리고 있든 우리 모두는 한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분은 천천히 달리고 또 다른 어떤 분은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을지라도 결국에는 모두 한 곳에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의 주인이신 주님 앞에서 함께 모여 운전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 날을 위해 매 순간 순간마다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운전합시다. 옆에 있는 다른 운전사와 비교하지 말고 나의 속도를 지킵시다.
서행할 때는 서행하고 빨리 달릴 때는 빨리 달리고 자기 속력을 지키면서 안전 운행을 합시다.
여러분은 모두 하나님 나라를 향해 가는 '최고의 운전수'(Best Driver)들입니다.
# 090203_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