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 위원의 MLB 리포트] WBC 출전이 투수 성적에 미치는 영향
한국 야구가 2006년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를 이룩했을 때 주역이었던 박찬호(36)는 필라델피아와의 계약 후 한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태극 유니폼의 명예를 사양했다.
그는 지난 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필라델피아와 1년 계약을 해 입지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제2회 WBC를 젊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는 3월 초 WBC 미국 대표팀인 '팀 USA'와 연습 경기를 가질 예정인데 박찬호가 출장하면 미국 타자들의 장단점을 분석해 한국 대표팀에 도움을 줄 가능성도 있다.
WBC 출전은 투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겨울 뉴욕 양키스와 7년간 총액 1억6100만 달러에 계약한 좌완 CC 사바시아(29)도 고심 끝에 WBC를 포기하고 플로리다주 탬파 스프링 캠프에 머물기로 했다. 뉴욕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모든 결정은 선수들 스스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뒤 FA 시장에서 무려 4억2300만 달러를 뿌려 사바시아와 A.J. 버넷 그리고 1루수 마크 테셰이라 등을 영입하고 새 구장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 분위기가 외압으로 작용했음은 분명하다.
반면 1회 대회에 나섰던 휴스턴 투수 로이 오스왈트와 샌디에이고의 제이크 피비는 계속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 물론 WBC 출전을 놓고 애국심을 잣대로 들이 댈 수는 없으나 어쨌든 오스왈트와 피비는 국가대표의 명예를 무엇보다 우선시 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투수들의 WBC 출전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1회 대회의 결과 때문이다. 2006년 WBC에서 미국 대표로 출장해 1이닝 이상을 던진 13명의 투수들 중 12명이 WBC 후 시작된 정규 시즌에서 전년보다 나빠진 평균자책점(ERA)을 기록했다. 13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한 12명이라는 수치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2005시즌 20승10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한 오스왈트(32)는 2006년 평균자책점은 2.98로 거의 비슷했으나 15승8패로 승수가 줄었다. 피비는 최악이었다. 2005년 13승7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한 그는 WBC 출전 후 승률이 5할도 안 되는 11승14패에 평균자책점 4.09를 마크했다.
현재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고 있는 좌완 돈트렐 윌리스도 비슷하다. 2005년 성적(22승10패 평균자책점 2.63)과 2006년(12승12패 평균자책점 3.87)은 차이가 크다.
제1회 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마무리를 맡았던 박찬호도 마찬가지였다. 2005시즌 텍사스와 샌디에이고에서 12승8패 평균자책점 5.74를 기록한 그는 2006시즌 소장 출혈 등의 부상이 겹치면서 7승7패 평균자책점 4.81에 그쳤다.
만약 이번에도 투수들이 후유증을 겪는다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WBC 출전 반대가 심해질 전망이다. 불참하는 박찬호와 사바시아 그리고 참가를 결정한 오스왈트와 피비의 시즌 후 성적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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