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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의 스포츠카페] WBC 이치로 효과

'이치로 효과'라는 게 있다. 스즈키 이치로(사진)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활약 중인 일본 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일본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오릭스 블루웨이브를 거쳐 2001년 빅리그에 데뷔한 이치로는 첫 해에 신인왕과 MVP를 휩쓸었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로 매년 200안타 이상을 터트리며 정상급 타자로 자리잡았다.

메이저리그에 비춰진 이치로는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이다. 눈 밖에 나는 행동을 절제하고 말수도 적지만 꼭 필요하다 싶을 때는 행동으로 나서서 실익을 톡톡히 챙긴다. 이치로 효과의 대표적인 것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다.

2001년부터 올스타전에 출전하기 시작한 이치로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올스타전에 나서서 아메리칸리그의 연승을 이끌었다.

올스타전 승리가 이치로 혼자만의 공이 아니고 또 이치로가 출전하기 전에도 이미 내셔널리그를 상대로 4연승을 하던 터였지만 빅리그 선수들은 그 모든 공을 이치로에게 돌린다.

이치로는 영어가 서툴러 어울림이 적었지만 뛰어난 야구 실력으로 동료들을 압도했다.

그런 이치로가 올스타로 뽑혀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첫 올스타전을 앞두고 이치로는 작정하고 '망가졌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을 앞에 두고 감독이 당부의 말을 끝내자 이치로가 불쑥 나섰다. 이치로는 되는대로 말문을 열었고 나름대로 올스타전 승리를 위해 열변을 토했다.

내셔널리그를 적으로 간주했고 반드시 이겨야한다고 주장했다.

뒤죽박죽한 어법에 어색한 표현들이 속출해 듣는 선수들은 배꼽을 잡았지만 '그래 이겨보자'라고 발심하는 계기가 됐다.

아메리칸리그의 올스타전 12연승은 그렇게 이어졌고 '이치로 효과'로 불린다.

3월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다. 축구 월드컵을 따라잡기 위해 메이저리그가 주도해 만든 야구 월드컵이다. 2006년 1회 대회가 열렸고 3년 만이다.

1회 때는 한국이 돌풍을 일으켰지만 4강에 그쳤다. 이치로를 앞세운 일본이 결승에서 쿠바를 꺾고 우승했다.

이치로는 1회 대회 때 일본 선수들의 리더 노릇을 했다. "더 이상 일본을 우습게 보지 못하도록 한국팀을 완벽히 이기겠다"는 망언을 해 한인들이 듣기엔 건방짐 그 자체였지만 어쨌든 우승을 했으니 '이치로 효과'를 본 모양이다. 2회 대회도 일본팀 리더는 이치로다. 대표팀에 합류해 훈련 중인 이치로는 벌써부터 야구장으로 관중들을 모으며 바람몰이의 선봉에 섰다.

한국 야구는 그 동안 국제대회 때마다 이승엽과 박찬호가 중심에 있었다. 정신적인 지주 구실을 하며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우승의 영광도 그런 밑거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엔 박찬호도 이승엽도 없다. 1회 대회 때 한국은 예선과 본선 8강에서 일본을 두 차례나 격파하며 이치로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진 아쉬움이 이치로를 살렸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 때는 '이치로 효과'마저 무색하게 한 '박찬호 이승엽 파워'가 있었다. 한국의 2기 WBC에도 그런 힘이 있을까. 하와이 전훈지에서는 아직 그런 반가운 소식이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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