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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커피, 뻗대기, 자리 다툼, 험담…

신년 캠페인: 이제는 달라져야 <11>달갑지 않은 손님
맥도널드·칼스주니어 등 패스트푸드점
이른 아침부터 한인들 '씁쓸한 풍경' 연출

목소리 작게, 외부 음식 금지, 30분 이상 머물지 말것. LA 한인 타운내 한 패스트푸드점에 각종 금지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다. 김상진 기자

목소리 작게, 외부 음식 금지, 30분 이상 머물지 말것. LA 한인 타운내 한 패스트푸드점에 각종 금지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다. 김상진 기자

사회부 빈 책상에서 벨이 울린다. 전화 주인은 마침 휴가중이다. 지나는 길에 수화기를 들었다. 묵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요즘 (신년) 캠페인 하는 기사 잘 읽고 있습니다. 그걸 보니 하고 싶은 얘기가 하나 떠오르네요.”

제보 전화의 주인공은 실명을 꺼리지 않았다. 다만 혹시 모를 걱정에 그냥 K씨로 칭하겠다. 60대 중반의 남성, 한인 타운에서 산 지는 20년이 넘었다. 일하는 곳은 웨스턴 길 선상이다. 이른 아침마다 출근길인 셈이다. 식사나 커피를 위해 패스트 푸드점을 자주 이용하는 K씨가 그곳을 오가며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을 전해줬다. 대부분 눈살 찌푸려지는 한인들의 얘기다. 제보자의 관찰자 시점에서 풀어내본다.

#1. A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의 일이다. 아침 6~7시쯤이다. 주문하고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주차장 한 구석에 묘한 광경이 눈에 띄었다. 차가 살짝 가려진 곳에서 누군가 바쁘게 움직인다. 휴대용 가스 버너로 뭔가를 끓이는 중이다. 40~50대 여성 혼자다. 아마 라면인 것 같다. 그 자리에서 거뜬히 식사까지 마친다.

#2. 인근의 또다른 패스트 푸드점이다. 역시 이른 시간부터 매장이 꽉 찼다. 대부분 한인 손님들이다. 누군가 커피 리필을 요청한다. 그러나 종업원은 고개를 젓는다. 아마도 흔히 있는 일인 것 같다. 손님이 내민 1회용 컵을 유심히 살피더니 “이건 어제 쓰던 것 아니냐. 오늘 다시 사용할 수 없다”며 단호한 표정이 됐다.

한편에서는 다른 시비가 붙었다. 누군가 테이블 위에 가방만 덩그러니 놔둔 채 사라졌다. 그리고는 한참 후에 돌아와 자기 자리라며 고집을 피운다. 언성이 높아지자, 종업원들의 제지를 받는다.

#3. 교회 인근의 어느 햄버거 점이다. 마침 새벽 예배가 끝날 무렵이다. 10여명의 일행이 실내로 들어왔다. 테이블 몇 개를 붙이고 커피 타임을 갖는다. 잔잔하던 목소리는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커진다. 안 듣고 싶지만, 저절로 귀에 꽂힌다. “XXX 장로님 말이예요. 왜 그러시는 지 몰라. 아니 그렇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시면 교회 일을 어떻게 하라고.” 거기서 끝이 아니다. ○○○ 목사님, △△△ 집사님. 교회 사람들 여럿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은 책잡고 흉보는 얘기들 뿐이다.

#4. 이번에는 커피가 맛있다는 어느 패스트 푸드점이다. 오전 6시 정도 이른 새벽이다. 이 시간대는 손님들을 위해 리필용 커피통을 문 밖에 놓아둔다. 주차장에 밴 한대가 들어오더니 작업복 차림의 한 남성이 내린다. 손에는 커다란 스테인레스 보온병이 들렸다. 성큼성큼. 커피통 앞으로 가더니 자신의 보온병에 한 가득 옮겨 담는다. 그걸 본 직원이 안에서 달려나온다.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아랑곳 않는다. 결국 패트스 푸드점 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리고 커피통을 다시 매장 안으로 옮겨놓는다.

한인 타운내 패스트 푸드점의 천태만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LA만의 문제도 아니다. 몇 년전 뉴욕에서는 업소측과 갈등을 빚고, 경찰에 의해 쫓겨나기도 했다. 주류 언론에까지 보도되며 한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제보자 K씨의 호소다. “이제 그런 일들은 사라져야한다. 우리가 사는 한인 타운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백종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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