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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헤밍웨이의 '6 단어' 소설

요새는 짧은 글이 대세인 모양이다. 사람들이 휴대전화나 소셜 미디어에 중독되면서 긴 글은 읽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용건만 간단히’ 세상이 된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은 어떤 작품일까. 이에 대해서는 워낙 널리 알려져 있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바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뜻밖에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다시 읽어본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 알려진 소설 중에서 가장 짧은 소설은 헤밍웨이가 쓴 6단어짜리 글이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팝니다: 아기 신발, 단 한 번도 신지 않았음)’.

이게 무슨 소설이냐? 헤밍웨이처럼 유명한 소설가가 쓴 것이라서 감히 시비를 못 거는 것 아니냐… 등등의 비판도 많지만 이 짧은 글이 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단 여섯 6단어일 뿐인데, 읽고 나면 많은 장면이 떠오르고, 아릿한 슬픔이 밀려온다. 아이를 가진 엄마의 기쁨과 설렘, 태어날 아기가 신을 신발을 고르는 즐거움, 드디어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은 감동… 그리고 끝내 정성껏 준비한 새 신발을 신어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아이와 부모의 애통한 마음 등등….

헤밍웨이는 10단어 미만의 단어로 소설을 써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지 내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는 망설임 없이 가능하다고 하였고, 얼마 후 6단어로 이루어진 이 짧은 소설을 내놓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내기에서도 이기게 되어 큰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글쎄, 헤밍웨이가 쓴 것이 아니었다면 그저 치기어린 장난으로 여겨지고 말았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 글이 소설이건 아니건 간에 감동을 주는 글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짧은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래 전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읽고부터였다. 특히 ‘시골의사’ ‘ 법 앞에서’ ‘단식광대’ 등의 작품에 감탄했다. 이렇게 짧고 간결한 글 안에 이렇게 깊은 철학적 의미와 상징성을 담을 수 있다니!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니, 짧지만 빼어난 작품들이 참 많다. 톨스토이, 알퐁스 도데, 모파상. 오 헨리, 마크 트웨인 등 많은 작가들이 그런 작품을 남겼다. 그런 글들은 거의가 형식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영혼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가졌었다. 가능하다면 시(詩)처럼 울림을 갖는 글을 쓰고 싶다는 꿈….

“모든 것은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마침내 완성된다”는 생텍쥐페리의 말을 화살표로 삼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빼기를 열심히 하며 발버둥 쳐봐도 능력이 미치지 못하니 더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몇 해 전부터 그 꿈이 되살아나, 짧은 소설을 시도하고 있다. 없는 능력이 갑자기 생겼을 리는 없고, 어쨌거나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할수록 재미있고 공부도 많이 되는 것은 물론 가능성도 약간은 보이는 터라 주위에도 적극 권하고 있다.

시대의 추세에 업혀가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거슬러 가려는 노력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압축해서 본질적인 알짜를 간결하게 전하되, 감동을 잃지 않는 글쓰기, 그리고 형식을 뛰어넘어 자유로운 글쓰기….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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