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스토리]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류기열/카운슬락 파트너스 파트너
70년대 독일 사회의 모순을 60대 독일 여성과 20대 아랍 이민자의 사랑을 통해 다큐멘터리 처럼 담담한 시각으로 그려내서 화제가 되었던 파스빈더의 영화와 같은 제목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 곡은 처음 도입부의 오래된 LP판이 긁히는 듯한 효과음이 김윤아의 독특한 음색과 어우러져 제목만큼이나 어두운 곡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뜬금없이 이 노래를 떠올리게 된 것은 지난 주에 경험한 일 때문이다. 11월부터 지금까지 3개월 정도 부동산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가끔 글을 읽은 분들의 전화를 받긴 했지만 지난 주에 주택 구제안에 대해 글이 나간 뒤 처럼 많은 분들의 전화를 받기는 처음이었다.
전화를 건 독자들의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현재 소유하고 있는주택의 모기지 페이먼트를 이번 구제안을 통해서 조정받을 수 있는가를 물어왔다.
그중에는 페이먼트를 조정받지 못하면 차압을 당할 위기에 있는 분들도 있었고 아직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점점 커져서 지금부터라도 가능한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미리 알아보고 싶다는 분들도 있었다.
각자 조금씩은 다른 형편과 다른 이유로 전화를 해오셨지만 그분들 모두를 묶는 하나의 공통점은 불안이었다. 과연 앞으로 이 불황이 얼마나 더 오래갈 것인지 이 불황을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도대체 끝이 있기는 한건지 등의 질문이 그 불안을 드러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이 질문들의 바탕에는 "내가 이 불황을 견뎌낼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이 있을 것 같다.
비단 이 분들 뿐만이 아니다. 주변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점점 어려워지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불안은 이제 우리 일상의 한부분이 된 듯하다.
특히 수천억달러의 경기 회복안이다 주택 소유자 구제안이다 해서 경기 부양 대책은 계속 쏟아져 나오는데 실제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욱 나빠지기만 하고 매일처럼 십수년만의 최저치를 갱신하는 주식 시장이나 국유화의 문턱에서 안간힘을 쓰는 시티 뱅크 AIG 등 금융기관의 끝모르는 손실에 대한 소식 그리고 이미 국유화가 되어서도 손실이 계속되고 있는 패니매나 프레디맥의 뉴스는 이 불안의 무게를 더해 우리의 어깨를 점점 처지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경제 위기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잊지 않아야 될 것은 지금까지 발표된 경기 회복안들중 실제로 실행에 옮겨진 것은 모두 은행으로 자금이 들어간 TARP(Troubled Assets Relief Program)의 첫번째 자금 3500억달러 뿐이라는 것이다.
또 나머지 부양안의 자금이 실제로 시장에 투입되는 것은 적어도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3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동안에는 지금과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즉 이 모든 경기 부양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도 끝날 것 같지 않던 군대 생활을 많은 사람들이 이 믿음 하나로 버텨냈듯이 이 불황을 버텨내는 힘 역시 믿음이리라고 생각한다.
그 믿음이 종교에서 비롯되던 스스로의 신념에서 비롯되던 매일처럼 걱정과 근심으로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는 이 불안을 믿음으로 이겨내 이 위기를 오히려 성공의 기회로 만드는 현명함이 우리를 떠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문의: (310)776-716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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