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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완의 교육현장] 고교수준 뺨치는 중학생 커리큘럼

요즘 중학생들의 선행학습 바람이 거세다.

미국에서 1~2년 정도를 앞서 배우던 중학교 과정의 ‘선행학습’은 그간에도 꾸준히 이뤄져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발짝 더 나아가 2~3년 정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

플로리다 등 일부 학군에서는 고등학교 9~10학년 수학과목인 알지브라II(Algebra II)를 중학교때 가르치고 있으며, 심지어 고교 생물학(Biology) 과목도 개설해 놓고 있다.

이들 학교는 “고교 과목을 듣는 학생은 일부 영재학생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이들은 대학진학시 ‘대단히 경쟁력 있는 지원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밝히고 있다.

‘커리큘럼 파괴 현상’의 이유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학습 환경의 변화를 손꼽을 수 있다. 그 첫번째로 중학교때 일찌감치 대학준비시험 SAT를 치르는 학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 요즘 SAT 시험에 응시한 7~8학년 숫자가 12만명선으로, 이는 전체 응시자의 5%를 웃도는 수치다.

SAT 시험은 13세미만(8학년) 어린이들의 경우 응시는 허용하지만 온라인 등록이 안되는 등 제약이 따른다. SAT 점수도 기록에 남지 않는다. 즉, SAT를 치른 뒤 점수를 제출해야 하는 대학 영재 프로그램에 지원하면 어린나이에 SAT 실력도 점검해보고, 시험을 치러보는 명분도 갖게 돼 일석이조로 여겨진다.

SAT에 응시한 경험이 있는 중학생들은 솔직히 수학에 관한한 그리 어렵지 않다는 반응들. 이는 SAT 시험의 출제 경향 자체가 알지브라 I 비중이 대단히 높아서 학교에서 프리알지브라·알지브라를 올바르게 공부했다면 아무리 중학생이라 하더라도 고득점을 받는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커리큘럼 파괴 현상의 두번째 이유는 중학생들이 각 대학들이 설립한 조기 영재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선 SAT 응시나 선행학습이 필수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존스합킨스 영재프로그램 CTY(Center for Talented Youth)나 13세 미만 영재를 위한 SET 프로그램 등에 자녀를 들여보내기 위해서는 SAT 점수를 일정수준 이상 받아야 한다.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노스웨스턴 대학의 CTD(Center for Talent Development), 듀크 대학의 TIP(Talent Identification Program)도 주목을 끈다.

세번째 이유는 대학 진학이 날로 치열해지다보니 ‘남보다 앞서 어려운 과목에 도전하자’는 풍조가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수학에 강하다’는 미주 한인학생들의 경우 미국 학생들에게 뒤쳐지는 영어 과목의 열세를 수학에서 만회하기 위해 수학의 진도를 더욱 앞서 나가는 경향을 보인다. 잘하는 과목을 더 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처럼 학습 진도가 너무 빨리 나가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학교 수업과의 부조화 때문에 되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돈이 없어 튜터링을 받을 수 없는 빈곤층 소수계 학생들이 선행학습 풍조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현재 선행학습을 받고 있는 학생의 대다수가 백인 학생들이고, 라티노나 흑인 학생들은 거의 없다는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백인학생 비율이 29%에 불과한 플로리다주 한 중학교의 경우 고교과목인 기하학(Geometry) 교실에 백인 학생이 92%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반면 다른 교사들은 “이미 IB프로그램 등 도전적인 과정에서는 진도가 1~2년 이상 빠른 게 일반화돼 있고, 또 명문대에서는 이같이 공격적인 수강 학생들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진도를 앞서나가는 것이 이제는 어색한 일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세상이다. 교육현장인들 예외일 수 없다. ‘선행학습’이 추세라면 이에 맞춰 ‘선행하는 준비’를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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