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스토리] 포스트 버블 시대
류기열/카운슬락 파트너스 파트너
미국은 대공황을 지낸 세대가 절약을 최우선의 미덕으로 삼고 살았다는 얘기를 한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미래의 위기를 대비해서 오늘 아껴쓰는 것이 몸에 베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세대들은 소비가 미덕이라는 사회 분위기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절약이나 저축과는 거리가 있는 것에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경제 불황이 닥쳐오면서 미국도 불황에 대응하는 변화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불황이 시작된지 얼마 안돼서 반세기만에 저축률이 증가하고 SUV의 판매량은 곤두박질 치는 반면에 연비가 높은 경차들이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 지구 환경에 대해 최고의 관심을 기울이는 세대가 늘어나면서 더이상 자원을 낭비하는 과소비는 경기의 여부와 관계없이 더이상 미덕이 아니게 되는 모양이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라는 현재의 상황이 끝나면 아마 우리는 거품이 걷힌 포스트 버블 시대(Post Bubble Era)라는 새로운 시대를 살게 될 것 같다. 이 시대에는 저축이 다시 권장될 것이고 빚이 적은 것이 능력으로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무리를 해서라도 씀씀이가 헤픈 사람들은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절약 지상주의 시대와 다른 것은 건강한 소비 역시 권장될 것이라는 것이다. 운동 여행 취미 생활 등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소비는 과거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이뤄질 것이다.
부동산 개발이나 투자 역시 에너지와 자원을 보전하는 친환경 개발이 대세를 이룰 것이고 주거의 형태 역시 낭비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만 볼 수 있었던 초미니 주택들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며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기계식 주차 시설도 미국에서 찾아볼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호텔등 숙박 시설도 공간의 규모 면에서는 적어지면서도 와이파이등 최첨단의 통신 시설을 완비한 유비쿼터스 공간의 하나가 되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던 과거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보다 기능적이면서도 쾌적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상가의 경우 역시 체험을 즐기기 위한 공간이란 성격이 강조되면서 큰 매장이나 수납 공간보다는 애플 스토어와 같이 전시와 체험의 장소가 될 것이다.
얼마전 부동산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젊은 참가자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얘기하자 중년의 참가자가 "당신도 내 나이가 되면 그런 소리를 못하게 될 것"이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사람은 지금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자전거 출퇴근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 흐름의 변화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누구나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대응을 하는 사람만이 성공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포스트 버블시대를 제대로 읽고 지금부터 대비하는 사람만이 그 시대가 왔을때 큰 성공을 이루어 내게 될 것이다.
▷문의: (310)776-716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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