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작전명 발키리
성공하면 충신이요, 실패하면 역적이라
당초 독일 내 불순 외국인 노동자들이 반란을 일으킬 경우 예비군들이 진압하는 작전의 이름이었으나 히틀러 암살을 꾀하던 세력들이 이 이름을 역이용하여 그들의 작전명을 ’발퀴레’라 명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충성스러운 군인 클라우스 폰 슈타펜버그 대령 (탐 크루즈 분)은 독재자 히틀러가 파괴적인 행태를 보며 히틀러 암살만이 전쟁을 끝내고 조국 독일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아 전선에서 부상으로 왼쪽 눈과 오른쪽 손, 왼손의 두 손가락을 잃고 베를린에 돌아온 대령은, 힘 있는 정치가와 군인 사이에서 비밀스럽게 조직된 반 히틀러 전선에 가담한다. 이들은 히틀러와 나치의 핵심 인물들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엄청난 계획 ‘발키리’에 착수한다. 이 계획은 단순히 히틀러 암살에 그치지 않고, 그 이후 히틀러 독재정권을 대체할 새로운 정권에 대한 구상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사실 1944년 7월에 실행에 옮겨진 이 거사는 열 다섯 번에 걸친 히틀러 암살 계획 중 마지막 계획이었고, 누구나 알다시피 실패로 끝났다. 결과를 뻔히 아는 실제 사실을 영화로 옮긴다는 게 얼마나 싱거운 일일 수 있는지 감독 자신이 잘 알고 있지만 <유주얼 서스펙트> 로 스럴러의 대가다운 면모를 보여줬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 영화를 전쟁영화가 아닌 스릴러임을 표방하며 발표했다. 이후 내려진 평가는 대개 긍정적이다.
‘발키리’ 작전에 참여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명실공히 실세들이다. 그 만한 위치에 있는 자들이 대거 참여한 암살 계획이 있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그리고 그런 거대하고 치명적인 움직임을 젊은 대령에게 맡겼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대령의 역량이 뛰어나고 사명감의 투철함도 그런 결정에 영향을 끼쳤겠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많은 인사들이 때를 틈타려고 엉거주춤한 태도에 머물러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도 프롬 사령관을 비롯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자들이 몇 눈에 띈다.
2차 대전 말기, 1944년 6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성공한 때였다. 독일의 패전은 이미 기정 사실이 된 것 같고, 그대로 전쟁이 끝나면 자기들은 전범으로 몰릴 게 뻔 한 형편이니, 히틀러를 제거하고 연합군에 성의 표시를 하면 모든 죄는 히틀러와 나치에게 넘기고, 자신들은 그러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이 거사가 히틀러 암살 계획으로선 마지막이었다고 하는 점도 그런 추측에 더욱 힘을 실어 준다.
슈타펜버그 대령의 일 처리 모습을 보면 배짱도 있고 확고한 신념이 있음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큰 일을 꾸미는 사람치고는 너무 단순한 작전으로 밀고 나가는 듯해 치밀함이 부족한 면모도 아울러 보게 된다. 영화만을 놓고 봐서는 성공 가능성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일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사족: 영화를 보며 의아했던 점 하나는 그토록 심한 부상을 입으면 공이 혁혁하더라도 ‘전쟁 영웅’으로 치하한 뒤, ‘상이용사’로 명예 제대시킬 법도 한데, 슈타펜버그 대령은 워낙 유능해서인지 예비군 (우리나라의 ‘향토방위군’ 개념과는 달리 현역임) 본부의 참모장으로 영전 시키는 모습이었다.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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