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완의 교육현장] 한국서 미국대학 다니는 시대
미국에서 한국대학 수업을, 한국에서 미국대학 수업을 듣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한국 명문대학들이 최근 미국 대도시인 LA를 시발로 글로벌 캠퍼스 설립을 추진중에 있다. 또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대(UNC)를 비롯 조지메이슨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조지아텍, 미주리대 등 10여개 명문대학도 빠르면 내년부터 한국 인천 송도에 자체 캠퍼스의 문을 열 계획이다.
이는 학생들이 한국에서 미국대학 학점을 따고, 미국으로 건너와서 자연스럽게 그 대학 졸업장을 받거나 반대로 미국에서 한국대학 학점을 따고 졸업장은 한국 본교에서 받는 시스템이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한·미 대학들간의 국간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교환학생 혹은 대학간 학점제휴로 한·미 대학간 교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해외 현지에 캠퍼스를 지어 대거 학사운영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송도의 경우는 공동 진출한 미국 대학들이 한국학생 비율을 40%로 제한하고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전세계 학생 2만여명을 받아들일 계획이어서 한국내 최초의 글로벌 캠퍼스 단지로서 위상을 높일 전망이다. 이들 글로벌 캠퍼스는 대학간 교과과정이 연계돼 있고 학점교류도 가능하다.
이를 계기로 송도는 인근 기업 및 연구소와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 동북아 최고 교육·연구의 허브로서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
한편, 한국 대학들도 미국 현지 캠퍼스 설립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학생들이 너도나도 해외 유학 및 인턴 연수에 나서는 추세에 맞춰 대학들도 그 변화를 좇지 못할 경우 생존이 쉽지 않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실제로 한국 대학생들은 2,3학년만 되면 상당수가 유학과 어학·인턴연수 형태로 미국 등지에 쏟아져 들어온다. 그 숫자가 한해 20만~30만명이나 된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한국 대학들은 멀쩡히 앉아 재학생들을 빼앗기는 꼴이 됐다. 일부 지방대학은 독자 생존이 어려워 타 대학과 합종연횡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도 최근 부실 사립대학들을 골라내 퇴출시키는 대학 구조조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고대·연대 등 본국 명문대들의 LA 캠퍼스 추진 소식은 오히려 늦은감이 있다.
서울대는 LA분교 설립을 위해 지난해 조사단을 파견했고, 연세대는 미국 분교 허가를 이미 받아 놓은 상태에 있어 조만간 분교로의 전환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는 LA분교를 올 가을께 오픈, 한국학 및 대학원 과정부터 우선 시작할 계획이다.
이밖에 홍익대·충남대 등도 부지 조사에 나섰으며 계명대는 한의학전문 사우스 베일로 대학과 합병, 동국대는 로얄 한의대학을 새롭게 운영중에 있다.
한국 대학들이 서둘러 미국 분교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현지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재정확충도 꾀하려는 취지다.
어쨌든, 이같은 한·미 대학들의 글로벌 캠퍼스는 한국 및 한인학생들에게는 호재다. 개인사정에 맞게 한국이나 미국의 캠퍼스를 선택해 다닐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그보다도 글로벌 캠퍼스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단순한 장소의 편리성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안방(국내)에서 공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학생들은 지구촌 어디에서든 공부할 수 있고, 그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다. 외국기업 혹은 월드뱅크, 유엔산하기관 등 세계기관들이 그들의 일터가 된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때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한다. 세상에 대한 다양함(Diversity)을 체득하고 이해해야 한다.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 이제는 학문의 전당이 아니다. 세상을 연결짓는 이론과 실재, 그리고 체험의 현장이 돼야 한다.
중학교때 필리핀 연수를 시작으로 뉴질랜드 고교-미 미주리주 고교 졸업-미주리대 중국 캠퍼스-미 본교 졸업이라는 과정을 밟아 온 한인 박 모(23·여)씨. 그녀가 꿈꾸는 장래 희망 사항이 마음에 와 닿는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담는 유엔에 근무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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